비오는날의 단상...

2020. 7. 13. 11:36추억의 일기장

비내리는 아침 출근길...
라디오에서 비내리는날 떠오르는 사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문득 40년도 넘은 초등학교 4학년때의 기억이 또렷하게 떠오른다.
학교에서 집까지 거리가 5km 정도로 십리가 조금넘는 먼 거리이다.
그래도 다행스러운것은 1,2학년은 동네에 있은 분교에서 학교를 다니고 미리 자전거를 배워 3학년부터 읍내에 있는 초등학교로 시리가 조금 넘는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를 했다.
하지만 비오는 날이면 우산을 쓰거나 비옷입고 자전거를 탈수가 없어 걸어서 등교를 한다.

그날도 오늘처럼 장마비가 내려 수업도 단축수업을 했고 평소보다 일찍 수업을 마쳤다.

어린마음에 옆집 단짝친구와 십리가 넘는길을 걸어오며 어차피 젖은옷 물구덩이마다 뛰어들어 물장난을 치고 옷이 더 젖어버리자 아예 흙탕물웅덩이에 들어가 첨벙거리며 헤엄도 치고
물장난치면서 진짜 물에 빠진 생쥐꼴로 집에 돌아와 마루에서 허물벗듯이 바지와 속옷까지 한꺼번에 홀라당 벗어 던져놓고 물한바가지 뒤집어쓰고 아무일 없다는 듯 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천연덕스럽게 낮잠자려는데~~

이꼬라지를 말없이 한동안 지켜보시던 아버지께서 버럭~ 역정을 내며 잔소리를 하신다.
순간 어린마음에 '아이들이 비오면 물장난도 하고 옷도 버리고 그럴수도 있지~~' 하는 생각에 왜그리 화를 내시는지 아버지가 야속하고 미웠다.

며칠뒤 아버지의 앉은뱅이 책상위에 노트한권이 놓여있다.
호기심을 참지못하고 노트를 넘겨보니 그 노트는 다름아닌 아버지의 일기장이였다.
대충 몇줄읽어보다가 문득 그날(?)이 생각나서 서둘러 그날의 일기를 읽어보았다.
중략-
어린아들이 충분히 비오면 그럴수 있는데 아이엄마도 장사를 떠나고 해서 복잡한 심정에 나도 모르게 화가나서 아이에게 화를 내어 미안하고 가슴이 아프다~는 내용의  아버지의 일기장을 보는순간 며칠동안 아버지를 미워했던 마음이 눈녹듯 사라지고 아버지가 나를 미워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깨닳았다.

더더욱 중요한것은 어린 내가 일기가 이렇듯 소중하다는것을 깨닳게 된 계기가 되었고 그이후로 난 일기를 쓰게 되었고 군대가는날 까지 진짜 꾸준하게 일기를 쓰게 되었고 지금도 그 습관이 남아 이렇게 기록을 남기기도 한다.
요즘이야 별도로 일기를 쓰지 않지만 대신 카카오스토리(이하카스)나 페북에 하루의 기록을 남긴다.

이렇게 비내리는날이면 가끔 그날의 아버지가 그립다.
내나이 어느듯 그때 우리 아버지 나이보다 열한살이나 더 많이 먹어버렸다.
우리아들역시 그때 어린 나보다 열한살이나 더먹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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