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아저씨가 어제 한일을 알고있다.

2016. 11. 11. 09:51달리면서 얻은것들 그리고...

이른 새벽 알람소리에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간밤에 제법 바람도 불고 비가 내려 날씨가 차가울거란 예상을 했다.

다행스럽게 바람은 불지 않고 기온도 그렇게 춥지는 않았다.

머뭇거리다보면 또 다른 마음이 생겨 자리에 누울것 같아 서둘러 옷을챙겨입고 마음바뀌기전에 모자를 눌러쓰고

물한병 챙겨들고 길을 나선다.

오늘은 어제 달린 길과 또다른 길을 목표로 잡았다.

간밤에 내린 비 때문인지 거리가 제법 촉촉하게 젖어있고 희미한 가로등불빛에 도로는 검은 거울처럼 번쩍거린다.

2km남짓 달렸을까 갑자기 비가 쏱아진다.

처음출발한때 느끼지못했지만  아마 살짝 보슬비가 내렸는지 모른다.

가로등불빛에 내리는 빗줄기가 더욱더 굵고 차갑게 보인다.

'돌아갈까~ 더 많이 내리면 힘드는데~~'

내리는 비를 핑계삼아 돌아가고 싶은마음이 굴뚝같다.

짧은 시간이지만 머리속에서 이핑개 저핑개 이렇게 저렇게 짱돌을 굴려 달리지 않아야할 핑계를 만들어본다. 

누가 나에게 강제로 등떠밀어 달리라고 한사람도 없다.

그렇다고 내가 달리지 않는다는 또한 나무랄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모든것이 나스스로 정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의 일부이기 때문에 난 오늘도 빗속을 달려야 한다...

예전 마라톤 연습을 할때 폭우속에서 달리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 정말 난 미쳐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뭐든지 미쳐야 이룰수 있다.

마음을 먹고나니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물한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어 달려간다.

어느듯 바닷가에 도달했다. 다시 한번 갈등이 발목을 잡는다.

'한진포구로 돌아갈까! 아니면 서해대교까지 달려갈까!너무 먼데~~~' 시계를 보니 어느듯 40여분을 달렸다.

서해대교가지 가서 돌아오려면 거리도 제법 멀고 시간도 지체될것 같다.

마음의 결정을 하고나니 발걸음이 가볍다.

출발했던 슈퍼앞에 와서 시간을 보니 아직 조금여유가 있고 체력도 남아있어 동네를 끼고 한진포구를 두바퀴 돌아오는 코스로 마무리를 했다.


슈퍼에서 우유를 구입하고 계산을 하다가 덥다고 하자 계산을 하던 딸냄이 왈~

" 추워 죽겠는데 덥기는~~ 삼삼깍두기를 드셨나~~~"

"니도 달려봐라~~~ 덥지~~ 땀나는거 안보이나~~"

"아 오래 사실려구요??? 술을 끊어요~~"

슈퍼를 나서며 아무말도 못했지만 그냥 웃음이 난다.

술을 좀 줄이기는 조금 줄여야겠다.

숙소로 올라오는 언덕길 아저씨의 배추밭이 보인다. 비를 맞아서인지 어제보다 더욱더 풍성하고 싱싱해보인다.

「아저씨의 배추밭...」

순간 머리속에 번쩍하고 무언가 스치고 지나갔다.

어제 어둠속에서 이른아침 배추밭에 비료를 뿌리고 있던 아저씨의 모습...

그냥 '참 부지런하구나~' 란 생각만 하고 인사를 했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아저씨는 타고난 농사꾼임이 분명했다.

참 농사꾼은 하늘을 안다고 했다. 그리고 자연에 순응하며 자연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아저씨는 비가 온다는 사실을 알고 미리 꼭두 새벽에 일어나서 비료를  뿌린것이다.

「비료를 뿌리는 아저씨...」

이제야 알것같다.

꼭두새벽 하늘이 채 열리기도 전에 그 아저씨는 비가 내릴것을 알고 미리 비료를 뿌린것이다.

그아저씨의 예상대로 비가 내렸고 미리 뿌려놓은 비료들은 고마운 비를 만나 땅속으로 스며들어 목말라하는 배추며 열무며 아저씨가 가꾸는 여러종류의 채소들의 화수분같은 영양소로 공급되었으리라...


오늘 아침은 어제보다 조금 덜 달렸지만 오히려 기쁘다.

달리면서 알지 못했던 사실을 깨우치고 또 알게되었으니 이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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