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들이 슬피우는 까닭은?

2016. 10. 26. 13:08이판사판공사판

※ 아프지 마라~

"허리가 얼마나 중요한데~ 건물로 말하자면 기둥같은 것인데 꼿꼿이 서 있어야 하고 또~~"

젤리를 바르고 연신 허리를 문지르면서 어떻게 다쳤느냐~ 왜 힘자랑을 하느냐~ 나이생각을 해야하느니 기타등등~

나이삼십대후반에서 사십대초반 정도로 보이는 물리치료사는 마치 입에 모타를 달아놓은 것처럼  쉬지 않고 잔소리를 해댄다.

마치 마누라라도 된듯하다.

가만히 있다가 "내가 집짓는 사람인데 지금 누구 앞에서 기둥타령하느냐~" 라고 한마디를 던졌다.

그랬더니 지지 않고 한마디를 내밷는다.

"힘자랑하지말고 이제 조심해야할 나이라는 겁니다~"


「기러기...」

전기치료를 받는동안 따끈한 찜질팩 덕분인지 살짝 잠이 들었다.

"이곳에서 점심은 주로 어디서 먹나요?"

치료를 받고있는 중년의 아주머니에게 물리치료사가 물었다.

"요기 도로건너가면 추어탕 집도 있고~~ 아니 큰도로 말이야~~~ 그리고 감자탕집도 있고~~~"

아마도 중년 여자분은 이곳을 잘아는것 같았고 물리치료사는 아직 이곳을 잘 모르는 모양이다.

'아하 저 물리치료사도 이곳이 고향이 아닌모양이군~'

순간 머리속에서 물리치료사도 돈을벌기 위해 이곳으로 온지 얼마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동병상련이라고 했던가?

처음 이곳에 와서 식당을 찾아 헤메이던 생각이 떠올랐다.

그동안 나름 발품도 팔고  귀동냥으로 주워들은 나만의 식당들을 살짝 가르쳐 줄까! 란 생각도 했다.


얇은 커텐 몇조각으로만 구획된 물리치료실...

몇칸건너에 있어 볼수는 없지만 보이지는 않지만 마치 바로옆에서  이야기하는것처럼 또렷하게 들려왔다.

"요즘 이주단지에 사람들이 많이 줄었어~~ 제철에 사람들을 많이 감원해서 다 떠났다고~~

그사람들 다 객지에서 돈벌러 와서 주말부부고 기러기 아빠들이고~~~"


갑자기 '주말부부' '기러기아빠' 란 단어가 뇌리속에 박힌다.

어릴적 가을이면 자주 불렀던 기러기라는 동요가 문득 떠오른다.



노래가사 구절구절이 요즘 세대의 가장들의 속마음을 그대로 담은듯 하다. 

예나 지금이나 아빠들은 짝잃은 외기러기신세...

늦은밤 기러기가 슬피우는 까닭은 외롭고 아프기 때문이 아닐지...

물리치료를 받다보니 외기러기가 왜 슬픈지 그 이유를 알겠더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