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집에서...

2016. 10. 24. 08:39작가를 꿈꾸며...




생각차이...

 

마치 불난 호떡집마냥 김밥집 아침은 분주하다.

밀려드는 손님때문에 종업원이 한명뿐인 나이드신 여주인은 정신이 없다.

주문을 받고 인사를 건네고 라면을 끓이고 깁밥을 썰고~~~

아직 이곳으로 온지 얼마안된 초짜 아줌마는 김밥을 말고 썰고 알미늄호일에 싸는일만 한다.

가끔 컨디션이 좋지 않을때는 김밥속재료중에서 한두가지를 빼고 싸는 실수을 저지르기도

한다.

 

냉장고위에 올려둔 전화기벨이 연신 울린다.

그런데 나이드신 아주머니도 새로운 아줌마도 그 누구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바쁜탓이겠지~~' 라고 생각하다가 계속 울려대는 벨소리에 은근 짜증이 밀려온다.

'왠간하면 좀 받지~' 라고 생각하다가 또 한편으로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 은근 질기게  전화를 끊지 않고 들고 있는 그사람이 궁금해진다.

 한동안 계속 전화기는 배가고픈 젖먹이마냥 칭얼거리다가 끊겼다.

 

다시 조그만 라면집안이 나름 고요함이 찾아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또다시 전화기벨이 시끄럽게 울린다.

그런데 못마땅해하면서 전화기를 집어든 나이드신 아주머니 전화기를 들고 허둥거린다.

"이거 어떻게 풀지~ 비밀번호가 뭐지~~"

허둥거리면서 폴더를 열고 겨우 입을열었다.

"맞아유~~ 여기 김밥집인데 놔두고 갔시유~~"

그랬다.

내가 주인아주머니가 너무 바빠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그전화기의 주인은 아침에 라면을 먹고간 손님이 두고간 전화기였다.

 

아주 짧았지만 분주했던 김밥집의 아침을 소란스럽게 만들고 식사를 하는 손님들을 짜증스럽게 만든 그 전화기 소동은 그렇게 끝이났다.

순간 괜스리 미안함이 밀려온다.

마지막 라면 몇젓가락과 김밥 두조각을 남겨두고 도망치듯 나와버렸다.

사정도 알지 못하면서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잠시나마 마음속으로 아주머니를 원망했던 내 미안한 마음이 고작 김밥 두조각과 라면 국물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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