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든 할아버지와 감나무 그리고 딸...

2018. 10. 24. 07:43작가를 꿈꾸며...

※ 지난 가을날 팔공산 자락에서....



"할아버지 이쪽으로 올라가면 팔공산 가는길 인가요?"

 

며칠전 팔공산 종주를 하면서 팔공산 능선 초입에서 길을 물었다.


마침 할아버지는 누구에게 줄 빠알간 감홍시를 따려고 자신의


키보다 몇곱절 큰 대나무장대 힘겹게 들고 감홍시를 따기위해


사투를 벌이는 중이셨다.


"아니 이쪽말고 저 뒷쪽으로 돌아가서 쭈욱 올라가야하는데~~"

 

감을 따다말고 대나무장대를 힘겹게 내려놓고 숨을 고르시며 친절하게 길을 알려주신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드리고 돌아서는 찰나의 순간~


내눈에 툇마루에 걸터 앉아있는 묘령의 여인을 보았다.

 

몇걸음 되돌아 내려오다 감따는 할아버지와 감나무 그리고 파아란 하늘을 담으면 한폭의 풍경화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뒤를


돌아보았다.


할아버지의 대나무장대는 아직도 힘겹게 허공을 가로지르고 있다.


할아버지를 담으려면 다시 올라가야하고 또 허락을 받아야한다~고 생각하니 살짝 귀챦은 마음과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마음을 접었다.

 

그냥 풍경만 담았다.


할아버지가 가르켜준 길을 되돌아 올라가니 할아버지 집앞이다.


집앞에는 뒷트렁크를 활짝 열어제친 SUV승용차 한대가 입을 쩌억 벌리고 서있다.


마치 할아버지집 곳간을 다 털어가겠다는냥...

 

툇마루에 앉아있는 여인은 아마 할아버지의 늦등이 외동딸즈음 되어보인다.


딸은 여전히 툇마루에 걸터앉아 무엇을 보고있고


할아버지는 여전히 힘들게 장대를 들고 감나무와 씨름하고 계신다.


"딸년은 도둑년~"이라고 어느딸년이 말했던 그 익숙한 말이 떠오른다.


바람이 앙상한 감나무 가지를 보듬듯이스치며 지나간다.

 

스쳐가는 바람에 가지마다 저마다 또 다른소리로 운다...


우리들 어느누구 가슴에 박힌 작은 유리조각하나 없는 사람이 있을까?


단지 그 조각의 크기가 다를뿐...



☞ 사진은 작년시월 팔공산 종주길에서 담은 사진이며 본문속에 등장한 딸과 할아버지의 관계는 본인의 상상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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