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낳아 키워봤자~~

2015. 10. 7. 09:17작가를 꿈꾸며...

 

한우15만원 LA갈비6만원...

새벽시간 잠이 오지 않는다.애인은 모처럼 소맥 몇 잔에 피곤해 잠들어버렸지만 난 애인 옆에서 잠시 눈 붙였다가 깨버렸다.

왠지 오늘밤은 잠이 오지 않는다.달빛에 비친 탐스런 애인 가슴살 만지작거리다가 지청구를 들어서가 아니라 오늘 나의 선택이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쫌생이였던것 같아서 인듯하다.어머니 생신을 앞당겨서 토요일 저녁에 한다는 이야길 듣고 애인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고 전날까지 아무말도 하지않았다.동생에게는 미리 ‘갈비찜’ 을 조금만 해가겠다 라고 했더니...동생 왈~ "불고기 하는데~~" 동생 생각에는 집에서 불고기를 준비하는데 굳이 힘들여 ‘갈비찜’까지 해온다는 형의 말이 신경이 쓰이나 보다.

얼마 전 새롭게 집을 짓고 대구생활을 청산하고 시골로 이사 온 고생하는 제수씨가 계속 마음에 쓰인다.예전에 며느리라곤 집사람뿐이라 모든 집안의 대소사를 혼자 처리 할때도 그렇게 신경이 쓰이지는 않았다. 아니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면 거짓이다.

신경이 쓰였지만 오히려 내 사람이라 표현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오히려 더 불편하다.

그런 아내에게 사랑 한다 고생했다 그 당시에는 어떠한 말로도 표현하지 못했다.

아니 당연이 해야 한다고 이기적으로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아내는 요즘도 아직 그때 그 생각들을 하면 가슴에서 무언가 울컥하고 치밀고 올라오는 모양이다.

첫아이 임심했을 때 자장면 안 사준 것을 두고두고 후회 아니 씹히고 있는데 여자들은 그런 모양이다.하지만 나름 털털하다는 남자들도 나름 뒤끝이 있다.아니 오히려 여자들보다 더 많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하지만 남자가 한을 품으면 우박이 내린다.’

토요일 아침 평소 같으면 늦잠을 자겠지만 이날만큼은 서둘러야한다.

휴일이지만 몇 일전 나 스스로에게 약속 한 것이 있어 나에게 약속한 일이라 이른 새벽 헬쓰장

으로 향했다.운동을 마치고 샤워후 아내에게 약속했던 간장게장을 사러갔다.

아직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일전에 직원들과 들러 맛을 보니 심심하니 짜지 않고 집사람

입맛에도 딱 맞을것 같아 카 톡 으로 사진을 보내주고 의견을 물었더니 먹고 싶어 했었다.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다.1인분에 1만9천원이다.

두 아들 녀석은 해산물이라면 기겁을 하기 때문에 두 마리만 포장해도 두 끼 정도는 먹을수 있는 양이지만 꼴랑 두 마리 사왔다고 혹시나 ‘쫌 생 이’ 소리는 듣기 싫었다.더욱더 중요한 것은 분명 짜지 않아 집사람입맛에 딱 맞을듯하고 또 좋아할듯해서 통 크게 다섯 마리를 포장했다.오픈한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아 서투른 주인아주머니 옆에서 참지 못하고 포장에 관한 기술에 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얼음먼저 깔고 게 넣고 간장은 따로!@#$%^&*() 이야기 안 해도 알아서 잘 할텐데 말이다.

체크카드를 내밀었다.

가슴 떨리는 기계음이 들려오고 영수증에는 95,000 원이란 숫자가 인쇄되어 나의 눈동자에 스캔이 된다.말은 하지 못했지만 머릿속에서 그리고 입안에서 ‘왜 포장인데 1인분에 1만9천원을 다 받을까!’

하는 의문이 사라지지 않는다.분명 공깃밥 도 반찬도 자릿세도 포함한 가격이 1만9천원인데...

그렇다고 포장을 하면서 반찬이나 공깃밥 을 따로 챙겨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난 아직까지 그 의문에 답을 구하지 못했다.

서둘러 단골 정육점을 들렀다.

갈비찜에 필요한 한우갈비를 구입하기 위함 이였다.

하지만 내가 원했던 한우 갈비는 추석연휴 때문에 작업(?)을 하지 않아 없다고 했다.

그 대신 추석선물용으로 준비해둔 갈비찜용 팩이 있었는데 1팩에 5만원이라고 했다.

양도 부족해보이고 최소한 3팩 정도는 구입해야만 내가 생각하는 분량의 요리가 나올듯해 잠시

가격 때문에 망설여졌다.

나의 고민이 눈에 보였는지 젊은 직원분이 LA갈비를 추천해주셨다.

가격도 좋고 제법 양도 넉넉하다.

다만 고기표면에 제법 심하게 붙어있는 비계 덩어리가 눈에 거슬렸는데 이내 눈치를 차리고 그것까지 손질을 해주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손질을 부탁했다.

집에 도착하기 전에 “밥이 있느냐 ?“ 고 집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점심시간이 살짝 넘어서는 시간에 도착할 것 같아서 바로 도착하자 말자 따끈한 밥에 내가사온 간장게장을 손질해서 맛나게 먹는 집사람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바램과는 상관없이 아침을 늦게 먹은탓 에 식욕이 없다고 나와 큰아들 녀석의 밥상을 차려주고 거실로 가서 티브이 삼매경에 빠진다.

“맛보라~“는 성화에 게장다리하나 먹어보고는 “맛있네~” 는 말 한마디 남기고 또다시 거실로 가서

티브이 삼매경에 빠져버린 집사람이 너무나 원망스럽다.

장장 300KM거리를 쉬지 않고 내달려 간장게장을 구입해 왔건만 내가 생각했던 반응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집사람의 반응을 보니 실망스럽다 못해 원망스럽다.

갈비찜을 하기 전 핏물을 빼기위해 제법 큰 양푼이 에 구입해온 갈비들을 부어넣고 수돗물을 틀었다.

두 시간 넘게 차안에 있어서인지 제법 해동이 되어 수돗물이 들어가자 말자 제법 검붉은 핏물들이 베어져 나온다.

몇번 물을 갈아주어도 계속 핏물들이 조금씩 베어 나온다.

아마도 완전하게 핏물을 제거하려면 시간이 필요할듯하다.

기다리는 시간동안 백화점에 들러 아들 녀석 운동화와 옷 몇 가지를 구입했다.

한 시간 정도 예상을 했었지만 그건 순전히 나만의 생각 집사람의 애초부터 나의 그런 생각을 비웃기나 하듯 이곳저곳 들리다보니 시간은 이미 두 시간을 훌쩍 넘겨버렸다.

오늘 갈비찜은 내가 만들겠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갈비찜을 만들어서 시골까지 저녁 시간 전 에 도착하려면 최소한 5시30 정도에는 집에서 출발해야하는데 지금 4시가 가까워오는 시간 아직 백화점이라니...

집에 도착하자 말자 옷도 벗지 않고 팔만 걷어 부치고 핏물을 제거한 갈비를 압력솥에 넣고 처음 계획대로라면 냄새를 잡기위해 월계수 잎이랑 한약재랑 통후추와 생강을 넣고 한번 삶아낸 다음 한약향이 배어있는 상태에서 기름기를 제거하고 최근 담아 놓은 오미자효소를 베이스로 해서 새콤달콤하면서도 한약재향이 배어있는 갈비찜을 만들 계획 이였다.

삶아낼 계획 이였지만 시간도 촉박하고 재료들을 찾지 못해 그냥 통후추만 넣고 불을 켯다.

압력솥은 예전에 한번 실수로 뚜껑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실수를 한번 한 이후로 늘상 두렵다.

물량과 압력솥 뚜껑 덮는 것은 집사람에게 도움을 받았다.

갈비가 초벌 삶겨지는 시간동안 내가 생각해놓은 레시피 대로 양념장을 준비했다.

양념장을 직접 만들려면 번거롭고 까다롭지만 그래도 우리가족이 먹는 음식인데 시판되는 조미료가 왕창 들어간 달아빠진 양념장으로 요리를 하는것은 예의가 아닌듯 하다.

먼저 냉장고에서 냉동실에 있는 밤과 당근1개, 양파1개, 다진 마늘 그리고 배하나와 버섯 단 호박

을 꺼내놓고 베란다로 가서 얼마 전 친구에게 구입한 오미자로 내가 직접 담아놓은 오미자효소를

반 컵 정도 떠왔다.

재료를 손질할 동안 압력솥이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수증기를 내뿜는다.

압력솥에 압력이 빠진 다음 갈비상태를 보니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잘 삶겨졌다.

찬물에 한번 행궈 내고 삶으면서 생긴 육수에다가 준비해놓은 재료들로 만든 양념장을 섞었다.

다시 한번 모든 재료들을 압력솥에 넣고 졸여주듯 끓여주었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해서 아직 양념이 갈비에 제대로 베이기에는 부족하다.

하지만 꾸물거리다가는 다른 가족들을 기다리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서둘러 챙겨들고 시골집으로 향했다.

마침 퇴근시간이라 톨게이트 부근에서 차가 막힌다.

조바심이 생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가 꼴찌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고향집에 도착하자 말자 준비해간 주방으로 가서 2%부족한 갈비찜을 꺼내어 청량 고추와 참기름 대파를 다져넣고 다시 렌지위에서 맛이 베이도록 조려내었다.

 

제수씨가 혼자서 고생해서 준비해둔 상차림에 내가 만든 갈비찜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내 입맛에는 조금 부족했지만 다른 가족들 모두 맛있게 먹어주어서 나름 체면치례는 한듯하다.

식사시간이 끝이 나고 설거지를 마친 후 간(?) 크게도 며느리와 시어머니와의 술자리가 이어졌다.

얼마전 추석 명절에도 서로 주거니 받거니 술 한잔 나누더니 이제 조금 자연스러워진 모습이다.

운전을 해야하는 나로서는 간단하게 맥주한잔만 했지만 술을 잘하지 못하는 집사람은 기분이 좋은건지 나쁜 건지 잘 알 수는 없지만 맥주에다 소주까지 혼합해서 몇 잔을 마시더니 이내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하루 일과가 끝이 나고 집으로 돌아온 집사람은 이내 피곤 한듯 술기운에 자리에 누웠다.

나 역시도 장거리운전과 이런저런 일들로 신경을 썻더니 피곤이 몰려온다.

하지만 잠자리에 누웠지만 왠지 모르게 잠이오지 않는다.

살짝 눈을 부쳤지만 이내 깨어버렸다.

더 이상 뒤척이며 누워 있을 수가 없어 홀로 주방에 앉아 소주잔 몇 잔을 마셨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련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쫌생이’ 처럼 한우갈비를 사지 못하고 값싼 LA갈비를 구입했는지 어머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집사람이 좋아하는 간장게장을 구입하면서는 ‘쫌생이’ 생각나서 통(?)크게 9만5천원을 결재하고

정작 낳아주고 길러주신 어머님의 생신상 에 올려놓은 갈비를 구입하면서는 값싼 LA갈비를 구입한 나 자신이 좀 많이 한심스럽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자식 낳아 고생해서 키워봤자 다 헛고생이다... 자기 마누라 자기자식 귀한 줄만 알았지 부모 소중한 줄은 모른다.”

딱 맞는 말인듯 하다.

나 역시도 결국은 옛말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가슴깊이 느끼고 공감한다.

이 밤 잠이 오지 않는 이유가 비단 갈비찜만이 아니지만 깊은밤 다시 한번 어머니에게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든다.

빠른 시일내 특 한우갈비를 구입해서 어머님에게 특별히 만들어서 대접해 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