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함에 사무쳐 돌이되어버린 여인을 찾아서...

2013. 10. 29. 08:44작가를 꿈꾸며...

 

간절곶에 서서...

이른 새벽 일행들과 해운대 미포에 들러 대구탕으로 전날 숙취를 해결하고 일행들과 함께 차를 몰아서 간절곶으로 향했다.

예전에부산에서 간절곶을 가려면 동해안 국도를 따라서 기장으로 일광을 거쳐서 간절곶 으로 향했지만 이번에는 해운대에서 울산간 민자고속도로를 타고 네비게이션이 안내해주는 길을 따라가니 금방 간절곶에 도착할수가 있었다.

"남자는 나이들어 세여자의 말을 잘들어야 한다~" 는 우스개 말처럼 모르는길은 네비게이션에 의지 하는것이 최고인듯 하다.

1년전 옛추억을 더듬으면서 홀로 해운대를 거쳐 이곳을 찾은적이 있었다. 그때보다 많이 깨끗해졌고 도로도 정비가 되어있어 느낌이 또 다르다.

전날 마신술이 깨려는지 이른아침 밝아오는 여명처럼 머리속에서 안개가 걷히고 아침햇살이 비추는듯한 느낌이 든다.

난 이런 묘하고 야릿하고 약간 맹한듯한 이런 기분을 참좋다.

순간 나도모르게  입에서 튀어나오는 노래구절을 흥얼거리기도 하고 또 순간 순간 나름 괜챦은듯한 문장이나 단어들이 툭툭 튀어나온다.

유명한 시인이나 작가/작곡가들의 유명작품 탄생의 에피소드를 들어보면 정말 우연하게 스쳐가는 영감에서 그 작품들이 태어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가끔은 나도 그런느낌이 들때가 바로 이런날이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울산에 도착하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돋이를 볼수있는곳 이라는 설명을 해놓은 간절곶 이정표가 시야에 들어온다.

갑자기 머리속에서 '간절함' 이란 단어가 스쳐 지나간다.

순간 반짝하는 빛을 본것같은 느낌 '아! 왜 내가 그것을 알지 못했을까!'지금껏 몇번 간절곶을 찾았지만 단한번도 그 지명의 의미에 대해서 다르게 특별하게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흔히 알고 있었던 사실들...

‘곶’ 이란 우리말로 ‘곶부리’라고 하기도 하고 바다로 툭 튀어나온곳 을 일컽는 사전적 의미의 용어 라는것과 간절곶은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곳 이라는 이야기 그리고 좀더 추가하자면 신라시대 충신 박재상의 아내가 일본에 간 그를 기다리다  망부석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는것 정도가 간절곶에 대해 내가 알고있고 또 생각해본 전부였다.그리고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소망 우체통이 있다는것 정도만이 간절곶에 대해 알고있는 전부였다.

 

 

그런데 이날아침 갑자기 머리속에서 떠오른 간절곶의 의미는 남달랐다.주차를 해두고 여유롭게 눈에보이는 파아란 바다를 눈에 담고 가슴에 담고 또다른 이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에 스마트폰으로 담았다. 불어오는 바람도 상쾌하고 여유롭다.

바닷가 언덕위에 두딸의 손을 잡고 바다를 바라보는 한여인의 망부석 이 애닳게 느껴진다.

입에서 갑자기 나도 모르게 노래가 튀어나왔다.

 

"얼마나 기다리다 꽃이 됐나?

달밝은 밤이 오면 홀로피어 쓸쓸히 쓸쓸히 시들어가는

그이름 달맞이꽃

아~아~"

이하중략-


예전에 가수 조용필씨 가 불렀던 애잔한 '달맞이꽃' 이란 노래이다.

그런데 너무나 이 노래가사가 사랑하는 님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되어버린 어느 여인의 이야기랑 너무나도 딱 맞아 떨어지는듯한 느낌...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버렸다.

이 달맞이꽃이란 노래에 몇구절만 바꾸어보았다.

"얼마나 기다리다 돌이 됐나?

달밝은 밤 홀로 오지않는 님기다려 쓸쓸히 쓸쓸이 애태우는 그이름 망부석

아~아~

서산에 달님도 기울어

새파란  달빛아래 고개숙인 내모습 정녕 애처롭구나..."

 

 

어릴적 기억에 오후6시 정도에 하는 티브이 프로에 ‘충신 박재상’ 이란 인형극 프로그램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기억이 다 맞지는 않겠지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박재상은 왕의 형제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이 일본으로 건너가 스스로 볼모가 되었다는 이야기와 그를 기다리는 아내가 망부석이 되었다는 이야기 정도는 떠올려진다.

두딸의 손을 잡고 동해바다를 바라보는 망부석옆에서서 '이쪽이 과연 일본이 맞을까!' 하는 궁금증과 좀더 상세한 이야기가 궁금해서 인터넷에 ‘박재상’ 에 대한 이야기를 검색해보았다.

 

 

신라의 충신 박재상은 눌지왕 재임시절 고구려와 일본에 볼모로 잡혀있는 두 왕제를 구출코자 먼저 고구려에 있는 복호를 구출하고 뒤이어 일본에 가서 볼모로 잡혀있는 미사흔을 구출하고 대신 자신이 볼모로 잡혀 일본이 귀화를 종용하며 갖은 고문과 회유를 했음에도 굴하지 않고 결국 죽음에 이르렀으며 그의 부인 김씨는 치술령 고개에서 어린 두딸과 함께 날마다 동해바다를 내려다보면서 지아비가 돌아오길 기다리다 끝내 숨을 거두었는데 망부석이 되었다.(다음검색에서 발췌)

 

 

'과연 김씨부인과 두딸의 기다림이 그토록 간절했을까!'

우리들은 추락을 두려워하는것이 아니다. 추락의 그 끝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다.

어느듯 내나이가 사십대후반 내일모래면 오십대에 접어들면서 지금까지 그토록 간절하게 원해본적이 없었나보다.

거의 일년정도 방황을 하면서 새로운 탈출을 하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처음 마음 먹었던것처럼 세상이란 존재는 나에게 그리 호락호락하지가 않았다. 처음 몇 개월의 휴식은 달콤했지만 그 이후의 하루하루는 날이 갈수록 끝없는 ‘나락’속으로의 추락 이였다.

앞이 보이지 않는 질흙같은 어둠속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공포는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모른다.

 

 

‘간절함’이 이루어진 탓일까!.

거의 2년만에 백수생활을 접고 새로운 곳에서 정착을 한지 어느듯 2십여일이 지나간다.

모처럼 편한한 마음으로 떠난 여행지에서 난 그 간절함의 의미를 새롭게 그리고 절실히 깨달았다.

몇 번을 다녀왔지만 아무런 생각없이 다녀온 간절곶에서 난 새로운 깨달음으로 내 인생에 새로운 다짐을 해본다.

“언제나 새로운 꿈을꾸자~ 꿈꾸면 꼭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