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이랑 묵은지가 만나면???

2014. 6. 18. 14:04다시가고 싶은집(맛집은 아니고~)

※ 짬뽕한그릇에 정을 담아파는곳...

 

"

12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 뱃속에서 빨리 밥을 달라는 신호가 온다.

화장실에 잠시 들렀다가 입구쪽으로 나가보니 차를 가지러 갔던

이대리가 협력업체 사장님이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대리와 이야기를 나누던 이사장님 나를 보더니...

"소장님 묵은지 짬뽕 드시러 가시죠?"

"짬뽕같은 소리하고 있네~"

오늘 점심메뉴가 수제 돈까스라고 해서 '오늘은 모처럼 돈까스

먹는구나!' 라고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메뉴가 갑자기 짬뽕으로

바뀌어서 진담반 농담반을 섞어서 한마디 해버렸다.

 

갈등도 잠시 이대리랑 이사장을 따라 나섰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무래도 그 두사람이 나보다  이곳에서 

더오래도록 살아왔기에 주변 식당들을 줄줄이 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두사람이 극찬을 했으니 그맛이 사뭇 궁금해지는것은 당연지사이다.

 

약 10여분후 좁은 국도길을 달려 찾아간 그곳...

좁은 아스팔트 도로 양옆으로 타일을 붙인 1층짜리 양옥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것이 마치 70~80년대 읍소재지를 떠올리게 하는 풍경들이

펼쳐져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30~40 년 전으로 되돌아온듯한 착각을 느낀다.

그 어린시절 읍사무소 옆에 단하나만 있었던 중국집...

졸업식날이나 정말 큰일이 아니면 먹을수 없었던 까아만 짜장면에 얽힌 추억들...

「착한 메뉴판...」

메뉴판을 보니 전혀 당진스럽지 않은 가격이다.

보통 다른도시의 중국집 가격이랑 비교해도 비싸지 않다. 하지만 이곳 당진에서는 정말 착한 가격이다.

이대리와 이사장이 극찬하는 김치짬뽕을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면서 식당안 풍경들을 눈에 담았다.

 「식당안 풍경들...

식당의 연륜을 말해주는듯 얼핏 보이는 주방안의 풍경들이 옛스럽다.

「식당안의 풍경들...」

중간 통로를 사이에 두고 연륜의 말해주는 퇴색되고 빛바랜 벽지위에  자유롭게 걸려있는 큰 거울 그리고 벽시계랑 글자큰 달력이 참으로 시골스러운 풍경들이 오히려 정겹다.

아마도 다른식당에서는 에어컨이 무더운 여름을 책임져야하지만 이곳에서는 벽에  걸려있는 작은 선풍기나 부채가  여름을 책임져야 할듯하다.

나이드신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분이 직접 식당을 운영하고 계셨는데 할아버지가 배달을 간사이 할머니가 홀에 잠시 나오셔서 냉장고에서 무엇을 꺼내 주방으로 가셨는데 주방에서 나오시면서 무엇이 그리도 흥겹고 즐거우신지 연신 휘파람을 부신다.(아마 냉장고에서 묵은지를 꺼내가셨나보다.)

잠시후...

「이런 짬뽕을 봤나~?」

잠시후 김치짬봉 3그릇이 우리일행앞에 놓여졌다.

단언컨데~지금까지 그 어느 중국집에서도 보지못했던 짬뽕의 비주얼이다. 말그대로 짬뽕이다. 김치가 잔뜩 그리고 돼지고기와 양파등등...

어느 동네 중국집에서도 쉽게 볼수있는 그 흔한 홍합껍대기조차 보이지 않는다.

' 헐~이런 짬봉을 보았나~'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국물맛을 보고 짬뽕 한젓가락을 먹는순간 생각이 달라졌다.

제법 묵직하고 깊이가 느껴지는 맛이다. 묵은김치와 돼지고기가 잘어우러져 제법 묵직하면서도 깊은맛이 느껴진다.

먹으면서 내용물을 찬찬히 살펴보니 오징어랑 작은 홍합살도 제법 들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조용하던 식당안이 번잡해졌다. 인근 현장에서 일하시는듯한 약간 나이드신 3분의 아저씨들이 오셨다.

자리를 잡고 앉으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신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예전 이곳을 처음 방문하셨을때 곱배기를 주문하셨는데 사장님께서 "양을 넉넉하게 줄테니 곱배기를 시키지 말라~"고 하셔서

다시 찾아왔다는  훈훈한 이야기다.

정말 가슴 따뜻하고 흐뭇하다. 그리고 왜 이 노부부가 즐거운지도 조금은 알것같다.

「추억속으로...」

가끔 이렇게 촌스럽고 아련한 추억들이 떠오르는 흑백의 사진들이 좋다.

디지털처럼 정형화되고 컬러플한 현대사회의 한단면보다는 아날로그적이고 감성이 묻어나는 흑백 사진처럼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런곳에서 가끔은 잠시나마 모든것을 내려놓고 잊고 싶은지도 모른다.

모처럼 짬뽕 한그릇에 어릴적 추억을 떠올리고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픈 충동을 느낀날...

하지만 세상을 되돌릴수는 없어 그립고 또 아련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