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의 꿈.(개꿈)

2013. 9. 11. 12:46작가를 꿈꾸며...

한 여름밤의 꿈

요즘 나는 책상에 멀뚱이 앉아서 가끔씩 히죽~히죽 웃기도 하고 때로는 잠시 깊은 생각에 빠져드는 일이 부쩍잦아드는것 같다.

세월은 흘러 나의 머리에도 어느듯 희끗희끗 서리가 내리고 좁디좁은 이마에도 세월의 훈장이 말년병장의 계급장처럼 매달려 있.

그도 젊은날 한때는 풍성한 긴머리 휘날리며 큼직한 도끼빗한자루를 청바지 뒷주머니에 꽂고 가슴팍의 윤곽이 드러나는 쫄티를 입고는 뭇여인네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들이다.어느누구도 세월을 거스르는 장사가 없다.

그 역시도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아니 남들보다 더 깊게 받아들였는지도 모른다.

 

10여년전 무더운 여름날 한창 30대 중반의 나이로 제법 잘나간다는 건설회사에 근무하면서 과장 직함을 얻었다. 그또한 그자리에 오르기까지 남들보다 몇배 열심히 발로 뛰면서 가족들을 내팽계치다시피하고 오로지 회사와 일에 매달린 덕택이었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오후 포항현장에 급히 처리해야할 일이 생겨 출장을 가야한단다.

연일 잦은 장거리 출장에 몸도 마음도 지쳐있었지만 일이라면 남에게 맡기기 싫어하는 성미인지라 그날도 그는 다른직원이 가도 될일을 자기가 굳이 나서 처리를 하겠다고 포항 출장길에 올랐다.

 

포항에 도착해서 늦은 일처리를 마치고 나름 결과에 만족하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갑자기 긴장이 풀려서인지 피곤이 몰려온다.

기차시간을 보니 제법 여유가 잠시 사우나도 할겸 인근에 있는 사우나를 찾았다.

평소에도 몸이 피곤할때 자주 사우나에 들러 잠시 눈을 붙이고 했던터라 그날도 별다른 생각없이 주변을 둘러보고는 인근에 있는 사우나로 향했다.

 

1만원권 지폐한장을 꺼내어 돈을 지불하고 면도기 하나까지 구입을 하고 거스름돈으로 4천원을 받았다.

남탕입구에서 구두를 벗어주면서 "잘닦아달라~" 는 말도 있지 않았다.

훌러덩 옷을벗고 수건한장 들고 탕안으로 들어선 나는 주변을 둘러보니 토요일이라 그런지 탕에는 희뿌연 수증기만 가득하고 구석구석에 배불뚝이 아저씨 몇분 그리고 쭈글쭈글 세월의 흔적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계시는 나이드신 할아버지 한분이 손님의 전부였다.

 

샤워기 앞에서서 배불뚝이 아저씨의 그것을 한번보고 또 나의 그것을 비교하면서 씨익~ 오만한 웃음을 짓고 아예 할아버지의 쭈글쭈글한 그것은 보지도 않고 무시해버렸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의기양양하게 물을 뒤집어쓰고 한껏 거품을 만들면서 행궈내고

습식사우나에서 들어가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오늘이 토요일 집에가면 사랑스런 마누라와 아이들이 반겨주겠지! 그리고 내일은 일요일이다 그렇다면 모처럼 마누라랑 찐하게~'

하지만 정작 들뜬 마음과는 다르게 습식사우나에서 뜨겁게 데워진 몸을 찬 냉탕에서 식히고 또다시 사우나로 그리고 다시 냉탕으로 를 몇번왕복하고나니 온몸이 나른한것이 갑자기 피곤이 몰려왔다.

벽시계를 보니 기차시간 까지는 아직 1시간정도의 여유가 있어 잠시 눈을 붙이기로 하고 수면실로 향했다.

어두컴컴한 수면실 내부 사람들이 있는지 잘보이지도 않았지만 구석에서 들려오는 코고는 소리에 내부를 둘러보니 한덩치하는 아저씨의 형체가 희끄무레하게 보인다.

평소같으면 다른곳을 찾거나 나와버릴텐데 이날만은 너무 피곤해서 구석자리에서 잠을 청했다.

너무나 피곤해서인지 자리에 눕자마자 그도 골아 떨어져버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일어나서 눈을 떠보니 주변에는 온통 어둠만이 가득하다 '이건아닌데 뭔가 잘못된건데~' 급히 덮고있던 수건을 던져버리고 수면실 밖으로 뛰어나와보니...

탕안에도 희미한 비상등 불빛만이 빛나고 아무런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건 아니다 싶어' 옷을 벗어놓은 탈의실로 뛰어가는데 탈의실 입구쪽에서 청소를 하던 아가씨가 갑자기 튀어나온 나때문에 화들짝 놀라서 토기눈을 뜨면서 어쩔줄을 모른다.

그런데 정작 더 놀란 사람은 아가씨보다 나였다.

순간 나는 모든것을 잊고 '아가씨가 왜 남탕에 있는지!' 생각을 하다가 나자신이 벗고 있다는 사실을 깨닳고는 후다닥 옷장으로 향해 달렸습니다.

하지만 이미 보여줄것 다보여준 나는 허겁지겁 옷을 입고 입구에서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멍하니 처다보는 아가씨를 밀치고 기차를 타기위해 역으로 달렸습니다.

하지만 약에 도착해보니 기차는 내가 도착하기 30분전에 떠나버렸다는 소릴 들어야 했습니다.

시계를 보니 어느듯 10시가 넘었습니다.

기차를 타기위해 정신없이 달려왔기에 두다리에 힘이 빠지고 갑자기 밀려오는 허탈함 그리고 배고픔.

 

역에 막차도 떠난지 30분이 넘었기에 역주변은 어둠으로 가득하다.

인적이 끊긴 역앞 가끔 뜨내기 아저씨들의 외로움을 달래주는것을 빙자한 나이든 삐끼아줌마들의

교태넘치고 농한 호객행위의 언어들이 그리고 손스침이 몸을 움추려들게 한다. 

아무래도 촌동네라서 그렇고 인적이 드물어서 그런가 보다.

 

역을 지나서 식당을 찾아 터벅터벅 걸어가는 나의 앞에 환하게 불을 밝힌 검은 밤바다의 너울거리는 파도가  보인다.

검푸르다~ 너울거린다. 갑자기 집에서 기다릴 아이들과 아내가 떠올라 더욱 쓸쓸함을 느낀다.

 

 "안녕하세요"

누군가 인사를 한다.

깜작놀란 나는  '누구일까! 설마 나를 보고 인사하는것은 아니겠지!' 란 생각이 들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고개를 들어보니 어디선가 본듯한 아가씨다. 조금전 사우나에서 모든걸 다보여주고 부끄러워서 말한마디 못하고 밀치고 나왔던 그 아가씨였다.

그때는 너무나 황당하고 경황이 없어 얼굴을 볼 겨를도 없이 말한마디 물어보지도 못하고 뛰어나왔는데

자세히 보니 귀엽다.

이쁘다.

사랑스럽다.

이미 나의 머리속에는 아이들과 아내생각이 사라져버렸다.

 

짧은 숏커트에 맨소매가 드러나 보이는 앙증맞은 하얀나시티를 걸치고 물기빠진 꽉끼는 스키니진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청순하면서도 흰티 사이로 드러나보이는 도드라진 두가슴이 꽤나 육감적으로 보였다.

순간 나의 잠시 이성을 잃고 늑대의 본능을 숨기지 못하고 뚫어져라 아가씨의 도드라진 가슴을 쳐다보았다.

" 아저씨이~왜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세요 부끄럽게?"

순간 아가씨의 말에 잠시 집나갔던 정신을 챙겨온 나는 스스로도 겸연쩍은듯 고개를 돌려 먼바다를 응시하면서 아닌척 했다.

 

둘은 말없이 백사장을 걷다가 인근에 있는 허름한 포장마차가 눈에 들어온다.

"여기 우동두개 소주 하나요~"

주인 아주머니는 나와 아가씨의 나이차이를 의식한듯 곱지않은 시선을 재빨리 챙겨넣고 익숙한 솜씨로 우동을 말고 단무지 몇조각과 함께 소주한병을 던지듯 테이블위로 내려놓는다.

그짧은 시간에도 그아가씨 재바르게 나무젓가락을 두개로 쪼개어 능숙한 솜씨로 젓가락을 엇갈려 문질러서 나의 우동그릇위에 포개놓고 또다른 젓가락을 꺼내서 비빈다.

'참 예의바른 아가씨구나~'

나는 그저 그런 사소한 일에도 감탄을 한다.

우동을 먹으며 몇잔의 소주를 마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가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이곳 포항에서 일자리를 알아보는중인데  직장을 구할동안 사우나를 하는 친척의 일손을 도와주고 있었다고 한다.

처음만나 서먹서먹 하던 분위기도 술잔이 비워지길 거듭하면서 둘의 사이도 아주 가까워졌다.

남들이 보면 남매지간이라 착각할정도로...

시간은 흘러 밤12시가 넘어서 새벽 1시로 흘러갈즈음  이미 나의 머리속에는  집에서 걱정이 되어 안달이 나있을 와 아이들 생각은 아가씨를 만나는순간  저멀리 포항바다에 던져버렸다.

 

그녀의 자취방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2시...

먼저 나를 문앞에 세워두고 먼저 들어간 아가씨는 이것저것을 구석으로 밀어넣은다음 나를 들어오라고 한다.

난생처음 들어가본 아가씨의 자취방 분위기에 난 아무리 소주몇잔을 마셨다고 하지만 긴장한듯 심호흡을 크게한번을 했다.

그리고 방입구에 서서  좌에서 우로 천정에서 벽 그리고 방바닥까지 쭈욱 한꺼번에 그녀의 모든것을 스캔하듯 훌으며 지나간다.

옷걸이에 걸린 물빠진 청바지 두어벌

그리고 흰나시티 몇개 아마도 그 아가씨가 평상시에 즐겨입는옷들인 모양이다.

방 한켠구석에 놓여진 작은 탁자위에 놓여진 앙증맞은  티브이 그리고 그앞에 놓여져있는 이름모를 작은 화장품병들 몇개가 그녀 살림살이의 전부인듯하다.

그리고 방안에서 알듯 모를듯 풍겨나오는 향기.

 

집에서 기다리는 마누라가 샤워후에 꼭 바르는 샤워코롱의 향기와는 사뭇다르다.

뭔가 모르게 풋풋하고 어린아이의 젓비린내같은 달콤한 향기가 느껴진다.

갑자기 술기운인지 정신이 몽롱해오면서 두다리가 휘청거린다.

술기운이 아닌듯하다. 가슴까지 두근거리면서 쿵쾅거린다. 

혹여 쿵쾅거리는 심장소리가 아가씨에게 들릴까봐 조마조마하며 길게 심호흡을 하는 나를

아랑곳없이  그 아가씨는 비키니 옷장에서 꺼낸 반바지 하나를 건네주면서 말없이 돌아선다.

 

이내 이부자리가 펴지고 불이 꺼지고 둘은 멀뚱하게 천장만 쳐다보며 누웠다.

나의 쿵쾅거리는 심장소리를 아가씨는 아는지 모르는지 이네 쌔근거리면서 잠이들었다.

하지만 나는 좀처럼 잠이 들지 못했다. 아니 잠을 잘수가 없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나는 결심한듯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왼손으로 살며시 그녀의 오른손을 잡아보았다.

아가씨는 아는지 모르느지 미동도 없다.

좀더 용기를 내어서 몸을돌려 오른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살포시 보듬어 보았다.

살짝 떨리는듯 약간의 미동이 느껴졌지만 그녀또한 싫지 않은듯 더이상 움직임이 없다.

이에 용기를 얻은 나는 과감하게 그녀의 위로 올라가서 입맞춤을 하고...

 

" 여보 지금 몇시인데 아직 안일어나나  지각이데이~지각~"

어디선가 들려오는 익숙한  앙칼진 아내의 목소리에 잠을 깨어보니~~~

"아 지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