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너스 하이(Runner's high) 를 꿈꾸면서...

2013. 9. 10. 10:48작가를 꿈꾸며...

런너스 하이(Runner's high) 를 꿈꾸면서...

20130910요일 날씨맑음...

금연 799일째...

경주동아마라톤-33일... 

아침 5시 30분.

알람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부시시 눈을 비비면서 베란다로 나가 건조대에 걸려있는 채 마르지 않은 모자와 반바지 그리고 상의를 챙겨 방바닥에

던져두고 다시 욕실로 향한다.

대충 얼굴에 물한두번 찍어바르고  눈꼽떼고 다시 방안으로와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몸에 나름 꼼꼼하게 공사(?)를 한다.

왼손에 바세린통을 들고 오른손검지와 중지에 바세린을 잔뜩묻혀 사타구니와 겨드랑이에 골고루 발라주고 오른쪽 겨드랑이는 할수없이 왼손을

이용해서 바세린을 발라주고 마지막으로 키네시오 테이프 두쪽을 양쪽 가슴팍 중앙에 정확하게 붙여주면 아침 달리기 준비는 끝이다.

늘상 하는 반복된 일상이지만 가끔 한가지씩 꼭 빼먹고는 한다.

어제저녁에는 시계를 차고 가지 않았고 또 그전날에는 미리챙겨놓은 물병을 가져가지 않았다.

나이 사십중반을 넘어서 오십에 가까워지다보니 벌써 건망증이 생기는것인지! 한번더 점검을 해보고 마지막으로 양말을 신고 반바지를 입고

상의를 걸치고 모자까지 눌러쓰니 모든 준비는 끝이난듯하다.

하지만 수건 챙기는 것과 식염먹는것을 까먹었다. 다시 식염포도당 두알 꺼내어서 물과 함게 마시고 수건을 목에 두르고 나니 뭔가 또  허전하다.

이번에는 자동차 키를 챙기지 않았다.

또다시 허겁지겁 자동차 키를 챙기고 마지막으로 씽크대위에 올려둔 양파껍질 끓인물 한병까지 챙겨들고 집을 나섰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아직 한대의 차량도 미동이 없다. 오늘도 일등이라는 생각에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재수가 좋으려는지 첫번째 신호등에서 막힘없이 바로 진입을 했다. 하지만  곧이어 좌회전 신호는 받지 못하고 잠시 기다리는 시간 그시간을

참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옆에있는 스마트폰의 폴더를 열어보았다.  밤새 카카오스토리(이하카스)에 달린 이웃분들의 댓글과 새로운 글들을 보면서

짧게나마 그들의 일상을 엿보는것에 대리만족을 느끼는 순간 뒤에서 성질급한놈이 빵빵거린다.신호가 바뀌었나보다.

그렇게 또다시 몇번의 신호등의 파란불과 빨간불이 황색불이 바뀌는것을 느끼면서 어느듯 다사강변 '디아크'옆 주차장에 도착했다. 

벌써 몇개월째 아침을 이곳에서 시작하지만 늘상 같은날은 하나도 없는듯하다.

오늘은 아침안개가 제법자욱하다. 일출을 볼수는 없겠지만 여느날과 마찬가지로 강변풀숲에는 왜가리와 천둥오리들이 한가롭게 노닐고

가끔 심술굿은 잿빛 왜가리 한,두마리가 자리다툼을 하듯 "꾸루룩~"  거리면서 수면을 박차고 시위하듯 낮게 비상을 한다.

가볍게 다리를 풀고 스마트폰에 마라톤 어플을 작동시키고 왼팔에 차고있는 전자시계도 출발하면 바로 카운트할수 있도록 제로제로 에 맞춰놓았다.

" 파이브,포,쓰리,투,원... 유어스타트 나우"

얼마전까지만 해도 마라톤어플에서 이렇게 안내멘트가 나오더니만 몇일전부터는 그냥 "파이브,포,쓰리,투,원...고우~" 란다.

스마트폰도 진화를 하는 세상이다.

오늘아침 목표는 10km를 50분정도로 달려보고 중간에 컨디션이 좋으면 좀더 달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초반 1km가 항상 힘이 들고 어렵다.800m정도를 달려가면 어느새 숨이 목까지 차오르고 또 오르막이 시작이다.

하지만 속도를 늦추거나 걸을수가 없다. 이고비를 넘기지 못하면 오늘 달리기도 또 허무하게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언덕을 오르고 커브를 돌아서 강정보위로 가쁜숨을 몰아쉬면서 1km지점에 도착할즈음 울려야할 스마트폰 어플이 울리지 않는다.

살짝힘이 빠지지만 벌서 몇번을 경험해보았기에 조금더 힘을 내어 달려가다 보니 일키로 통과기록이 4분50초라고 알려준다.

그렇게 나쁘지 않은 기록에 만족하면서 힘을내어 오르막 구간을 통과하고 내리막구간에 다시 힘을 내어 2킬로미터 지점을 향해 달려갑니다.

파아란 표지말뚝이 저만치 보이고 두다리에 힘이 살짝빠진것도 느껴지지만 2킬로미터 구간도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머리에서 흘러내린 땀방울이 끈적하게 이마를 타고 흘러내려오는 느낌이 든다.

입에서 단내가 난다. 입에 고이는 침을 밷어보지만 끈끈한것이 품질좋은 치즈처럼 쭈욱 늘어나서 마음처럼 한번에 원하는 방향으로 "탁~"

뱉어지지가 않는다.

물을 마시고 싶지만 아직까지 식수대가 있는곳까지는 2km 이상이 남아있다. 지금까지 달려온거리가 대충3km  그냥 돌아간다면 또다시 수분보충

없이 3km를 더 달려야 하는데 고통이다.

힘들지만 조금 덜힘든 식수대가 있는곳까지 힘을 내어 달려본다.

머리속으로 조금만 달려가면 2.8km 이정표가 있고 그리고 내리막이 있고 그 매리막 끝날즈음 4km를 통과하고 조금더 달려가면 큰나무 한그루가

있는 쉼터가 있고 그 쉼터에서 500미터만 더가면 간이 화장실과 식수대가 있다는것을 떠올려본다.

어느듯 4km 지점을 통과했다. 5분을 살짝넘겼다.초반 2km를 4분대에 달려서 아직은 평균5분대초반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좀더 달려간다면 페이스가 떨어질것을 알기에 '포기해 버릴까!' 하는마음이 뇌리를 스쳐지나간다.

큰나무 한그루가 있는 쉼터를 지나고 어제도 보았던 부부인듯한 두분이 자전거로 지나가는것을 본후 무거운 발걸음을 잠시 멈추었다.

바로 앞에 식수대가 보이지만 왠지 더이상 달리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어제 저녁에 10km를 달렸다는 위안감으로 오늘 아침은 이정도로만

해주어도 된다~ 는 자기합리화가 승리를 거두는 순간이다.

결국 오늘도 난 런너스하이(Runner's High)를 꿈꿔보지도 못하고 또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져 버리다니...

하지만 또 내일이 있고 아직 달려가야할 길이 많기에 난 오늘도 행복하여라~

 

*런너스하이(Runner's High) 란: 마라톤이나 싸이클등 심한 장거리 운동을 할때 일시적으로 어느시점에서 몽롱한 기분을 느끼는것을 말함.

혹자는 그 느낌을 첫키스의 느낌보다도 더 짜릿하고 또 첫흡연의 경험보다 더 몽롱하다고도 함.하지만 필자는 아직 그경험을 해보지 못한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