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낙옆도 피해야할 말년병장 지붕에서 추락한 사연은...

2010. 1. 7. 09:18이판사판공사판

※말년병장은 '떨어지는 낙옆' 도 조심해야한다~

20년전 박씨아저씨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겪어야할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강원도

원주에서 3년간 국방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였습니다.

89년부터 92년까지 강원도 원주에서 군생활 하신분들중에 '1107 야전공병단' 을 모르시는 분들은

아마 간첩일수도...또 1107야전공병단 단공사계 박병장을 모른다면 정말 간첩입니다.

혹시 피도 눈물도 없는 '천백칠(1107)의 피바다'  지금의 박씨아저씨라고 하면 ...

그렇습니다. 그때 그시절 '보직이 강패' 라고  수많은 대기병들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말년병장 떨어지는 낙옆도 조심하라' 불문율을 무시하고 제대말년 지붕위에 올라갔다가

추락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 속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말년병장 지붕에서 추락하다~

 

그때가 90년 10월경 박병장 말그대로 전역을 3개월 앞둔 시점이라 내무반에서도 서열로 따지면 제일 왕고참인데 무슨 귀신이 쒸었는지...

그날이 마침 토요일 조금은 한가한 오후 중재장으로부터 장교식당 연통교체작업을 하라는 명령이 하달되었습니다.

 

그때모셨던 중대장의 성격은 한마디로 개(?) 같았다.오죽했으면 별병이 개oo였으니... 부대원들에게는 공포의 대상(물리면 죽음)이었으나 오로지 단장에게는 굽신굽신~(우리단장니임~ 우리단장니임 이랬으니...) 명령을 하달받은 고참상병은 중대에 일잘하는 일병 몇명과 이등병 그리고 심부름을 할 대기병들 몇명을 이끌고 장교식당 지붕연통 교체 작업을 하러간다고 간략하게 보고를 하길래 조심해서 작업하라고 신신당부를 해서 보냈습니다.

그런데 내무반에서 티브이를 보면서 빈둥빈둥 놀고 있자니 심심하기도 하고 또 작업나간 후임들이 미덥지 않아 그냥 있을수 없어 현장으로 출동~

역시나 장교식당 현장에 가보니 아직 지붕위에 처음 올라가보는 이등병들은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고 덜덜덜~ 꼴에 고참 상병은 지붕아래에서 고래고래 고함지르고... 중간에 있던 고참 일병이 마지못해 지붕위에서 진두지휘를 하고 있는데 영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기사 우리중대원들은 말은 공병부대원들인데 모두 행정병 들이라 대대의 작업병들처럼 공사를 하는것이 아니고 타자치고 전화받고 행정업무를 하다보니 지붕위에 올라갈일은 일년에 한두번 정도가 고작이니 그럴수 밖에...

할수없이 오늘중으로 작업을 끝내지 못하면 개같은 성격의 중대장에게 후임들이 작살 날거고 또 말년 박병장 내무생활에도 그림자가 비칠듯하여 지붕위로

성큼성큼...('야 이넘들아 이것이 짠밥이라는거다 잘 봐둬라~') 그리고는 지붕위에 우뚝서서 " 야 여기 스레이트는 낡아서 못을 밟아야 한다~ 안그러면 떨어진데이~" 그리고 너 대기병 고기 가만히 있거래이~" 그렇게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순간 몸둥아리가 아래쪽으로 쑤욱 빠지는 느낌이 들고...

"부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발을 옮기는 순간 낡은 스레이트 지붕이 무너지면서 천정속으로 떨어져 전선에 한바퀴 몸이 감기는가 싶더니 다시 천장을 뚫고 식당안으로 툭 ~ "우자창~쨍그랑"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잠시 정신을 잃었는데...

 

잠시 정신줄을 놓고 있다가 지붕위에서 내려온 쫄병들에게 부축되어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떨어진 구멍난 천정위로 하늘이 훤하게 보이고 그 구멍사이로

아직 지붕위에 있는 몇몇 쫄병들이 걱정스러운듯 내려다 보고있는폼이 오히려 우스워보였다.그래도 고참이라고 아픈흉내도 내지 못하고 있는데...

하필 지붕에서 천정을 뚫고 떨어진 곳이 우리부대에서 제일 높으신분이 식사를 하시는 식탁위 그것도 취사병들이 정성스럽게 셋팅해놓은 식기위에

떨어져 식기를 모조리 작살을 내버리다니...(지금 생각해보니 식탁에 떨어지지 않고 도끼다시(인조석)바닥에 그대로 떨어졌으면 국립묘지에 있을수도...)

 잠시후 사고소식을 듣고 달려온 취사병의 한마디에  난 제대말년에 단한번도 가보지 못한 군기교육대를  떠올려야 했었다.

"박병장님 저거 단장님 식기셋트 한세트뿐인데요~" " 오늘 중대장 일직사령인데 인자 죽었심더~"

그소리를 듣고나니 지랄같은 성격의 중대장에게 당할것을 생각하니 몸이 아픈것도 싹 사라지고 뚝뚝 떨어지는 피가 문제가 아니었다.

빨리 이중차대한 사실을 중대장에게 직접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에 의무대로 향하지 않고 중대장이 있는 사령실로 향해 식당을 나서는데....

벌써 눈치빠른 취사병노무시키의 배신으로 저멀리서 씩씩거리면서 중대장이 달려오고있는것이 보였다.

'아 말년병장 박병장 여기서 장렬하게 맞아서 죽는구나...' 이런생각을 하고 있는데 벌써 발빠른 우리 중대장 내앞에 멈춰선다.

"추~웅~썽 " 최대한 큰 목소리로 사고사실을 중대장에게 알리고 곧 다가올 중대장의 무차별 융단폭격 공격을 대비하고 있는데...

" 야 박병장 니 괜챤나? 마이 안다쳤나? 빨리 의무대가서 치료해라~" 전혀 예상치 못했던 따뜻한 중대장의 목소리에 놀라 당황하면서...

아직도 우리 중대장이 사태파악이 안되었나 싶어 상세하게

"중대장님 지붕 내려앉고 천정도 구멍나고...단장님 식기 다 깨뿟는데 우짜지요~" 했더니...

" 다알고 있다~ 대대에 연락해서 긴급히 보수하라고 시키고 취사선임하사 불러서 지금당장 원주시내가서 그릇 사오고...

니는 신경끄고 빨리 의무대 가서 치료해라~"

식당안에서 그광경을 몰래 지켜보고 있던 쫄따구들도 의무대로 향하는 동안 나의 뇌리에도  중대장의 그 태도가 이해가 안되는것은 평소 보아왔던 그 스타일이 아니라 제대하는 그날까지도 이해 할수가 없었는데...나중에 몇개월뒤 왜 그랬는지 물어보려고 했는데...결국 물어보지 못하고 전역을 했고

그로부터 10년이 좀더 흐른후 사회에서 그 중대장을 만났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