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회사 구조조정 일괄사표를...

2008. 11. 17. 19:35내새끼와 마눌...

월요일아침 출근길 평소 같으면 기분도 좋고 힘이나서 현장으로 향하는 발걸음도 즐거운데...

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니다.

어제 서울 지사에서 소장단 회의랍시고 한것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그런데 때마침 라디오에서는'100대 건설사' 구조조정 및 제2금융권 사정에

관한 내용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씨발넘들 아픈데 또 떼리고 있네~~~'

어제 하루종일 서울 지사 회의실에서 진행된 소장단 회의 내용은 이러했다.

세계적인 경제여파와 자금난으로 인해 회사의 사정이 어렵단다.그래서 회사가  살길은 감원이란다.건축30%토목50%...

씨펄~~~무조건 직원만 짤르면 능사인지...잘리는 직원들에 대한 예우도 없단다.1개월치의 급료뿐...

소장들이 자기 현장은 책임을 지고 직원들에게 사표를 받을것이며 소장들은 이자리에서 사표를 쓰라는 건축 본부장의

추상같은 엄명(?)에 모두들 사직서를 쓰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회사를 나섰다.회사문을 나서는데 바람은 왜그리 차가운지~~~

 

아침 회의랍시고 직원들 모아놓고 회사의 방침을 전달(일괄사표)하고 고작 내가 한소리는 ...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모든게 잘될것이다.그리고 우리 중에서 누가 가고 누가 남더라도 가는 그날까지는 최선을 다해주자.

그것이 마지막 예의이다"(사실 결과가 나오면 누가 일하려는 기분이 들까!)

잠시후에 전 직원 사표를 써서 결재를 받으러 막내가 들고 들어왔다.내용은 권고사직...그냥 나가라는 소리가 아닌가?

결재를 마치고 찹찹한 기분에 현장을 나서는데 누군가 두고간 안전모 2개가 나의 마음을 흔든다.

지금 사표를 수리한 직원중에 다시는 저 하아얀 안전모를 다시는 쓸수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괜시리 마음이 울적하고

IMF시절 사표를 밥먹듯 내고...그것두 모자라 아예 가슴속에 사표를 품속에 지니고 살았다.

재택근무도 해보았고 20%감봉에 또다시 간부사원이라 20%를 감봉하는 경험도 해보았다.

벌써 10년이 넘을 일이지만 아직까지 생생한것이...결혼초 IMF의 직격탄을 맞아 신혼초 6개월을 월급없이 지내야했기에

몇푼 안되는 보험 해약하고 집사람의 적은 월급으로 생활을 하면서도 근무할수만 있고 회사에 나오라는 말만 들어도

좋은 시절이 있었다.몇몇 직원들은 IMF도 모른다.또다른 직원은 사표도 첨이란다.

점심시간전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분명 아무말은 않았지만 눈치빠른 그사람이 모를리는 없구...애써 외면하며 아무일

없다구 전화를 끊고 점심식사를 했지만 식사내내 고개 푹숙인 직원들을 볼때 할말이 없다.

그들도 오늘저녁 집으로 가면 분명 당신의 아내들이 평상시와 다른 모습에 무슨말을 할지...

 

20년 가까이 아침이면 안전화의 끈을 조이고 각반을 두르면서 마음속으로 '오늘도 안전하게'란 말을 곱씹으며

생활 했지만... 오늘따라 이일이 문득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이제는 떠나야 하는가~~~

벌써 떠나기는 할일이 너무나 많은데...아직 어린 가족들 아내...

경기가 계속 끝을 보이지 않고 추락한다면 영원히 저 안전화를 싣고 현장을 누비는날이 없을지도...

하늘의 달도 차고 바람도 매섭다.내일이면 또다시 해가 떠오르고 아침은 오겠지!하지만 떠나는 사람은 언제 올지

아무도 알수없다.불확실한 미래가 살아날 희망이 보이지 않는 암담한 현실앞에서 내가 직원들에게 해줄수 있는것은

단지 씹은 쏘주한잔에 "잘되겠지"란 넉두리뿐...

'애써 외면하지도 말고 피하지도 말자! 언제인가는 경기가 살아나고 혜어진 동료들도 다시 만날날 오겠지'

비단 우리회사만 아니 우리 현장만이라도, 구조조정 여파를 피해가길 바란다면 내가 너무 이기적일까!

지나고 나면 잊혀지겠지만 지금 당장은...슬프다 아무것도 해줄수 없는 나의 신세가 동료들과 그의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PS: 이글을 다시보니 올린지가 1개월 조금 넘었내요.회사의 전화 때문에 비밀글로 해 두었다가  다시보니...

이렇게 직원들 정리하고 살려고 했지만 결국은 부도가 나서 수많은 업체들과 직원들 피해 입히고...참으로 안타깝다.

그때 이글 올렸다고 회사에서 임원이 전화오고 총무부에서 전화오고...오래간만에 이글 다시보니 참으로 허망하다는

생각이..직원여러분 모두 힘내시고 각자 살길 찾아 보자구요.살다보면 좋은날 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