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버지 나이되어보니...

2020. 11. 7. 11:17이판사판공사판

'나이들어보니 알겠더라~'

 

어제저녁 옷정리 하다가 하의내복(?)까지 꺼내입었는데...
오늘아침 기온은 어제보다 무려10도 이상 올라갔다.

어릴적 한겨울에도 팬티하나에 바지만 입고 다니는 나에게 "멋부리다 얼어죽는다~" 고 늘 말씀하셨다.
또 고집부리는 나에게 늘상 "장가가서 니아 키아보면 내맘 알끼다~~"
지금 내나이가 그때 아버지 나이보다 훨씬 많다.
요즘들어 부쩍 예전 아버지가 하신 말씀들이 자꾸만 공감이 가고 때론 그때 추억들이 떠올라 가슴을 아리기도 하다.

아침에 출근해서 작업자들과 함께 체조하고 난로위 주전자에 며칠동안 우려먹었던 찌꺼기(도라지,대추) 싸악 비우고 행궈서 물채우고 하양장에서 구입해온 도라지와 대추를 듬뿍넣고 난로위에 올려놓았다.
며칠전부터 새로 생긴 아침 소일꺼리다.

공사밴드에 작업내용과 인원 업데이트 해놓고 백차장 대동해서 현장한바퀴 돌아본다.
오늘은 스카이장비 2대와 카고크레인 1대 까지 장비가 3대 운용중이고 판넬팀을 비롯해 약 30여명의 작업자들이 투입되었다.

아침부터 장비와 자재납품차량들이 현장으로 일제히 들어선다.
복딱복딱~~ 시끌벅쩍~~~
각자의 자리에서 자재들을 내리고 운반하고 모였다 헤쳐지고 다시 모이고 마피 아침강변 하늘에 철새들이 군무를 펼치듯 혼란스럽지만 나름 규칙과 질서가 있어 특별한 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

난 지휘자다.
아주 큰규모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유명한 지휘자는 아니지만 작지만 알찬작은 규모의 악단을 지휘하는 지휘자다.
현장이 복딱복딱 거릴때 희열을 느낀다.
질서를 잡아가고 각자의 자리에서 일사불란하게 돌아가는 현장에 있으면 엔돌핀이 팍팍솟구친다.

일층부터 꼼꼼하게 옥상까지 그리고 평소 잘 올라가지 않는 지붕까지 올라가서 현장을 확인해보니 그동안 작업해놓은 일들이 한눈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일부분 아쉬운부분도 없지 않지만 대부분 나의의도대로 설계도면대로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니 오늘아침은 흡족하다.
어제도 오늘도 또 내일도 쭉 이랬으면 좋겠다.

현장에 지붕공사가 막바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