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모르고 시주했지만 기분이 좋았던 이유는?

2017. 11. 2. 10:07공사판일기

※ 친구의 무덤앞에서...


년만에 찾아왔는지 가물거린다.

고속도로를 지나오면서 항상 마음을 먹었지만 현장에 도착해서 일에

열중하다보면 까먹기 일쑤이다가 퇴근길 고속도로를 달려가다보면 또

미안해지고 내일이면 꼭 찾아가봐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지만 또 마음뿐...


고령현장으로 발령받아 이곳에 온지 어느듯 2개월이 되었다.

86년 크리스마스 이브날 다음에 소주한잔 하자는 전화목소리를 들려주고 영영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난 친구녀석의 무덤이 현장인근에 있다.


얼마전 큰맘을 먹고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꼭 친구무덤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먼저 인근에 국밥집에서 식사를 하고 소주한병과 수육한접시를

포장해서 기억을 더듬어 친구무덤으로 찾아갔다.

분명 4,5년전 한번 찾아온 기억이 있는데 그사이 주변에 많은 변화가 생겨 길찾기가 쉽지않다.

요즘 고령 대가야 유적지가 개발이 많이 진행되다보니 인근에 많은 관광지가 개발되고 도로도 신설되어 길찾기가 애매모호하다.

하지만 고속도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곳이라 내가 기억하는 나무 한그루를 이정표 삼아 기억을 더듬어 친구무덤을 찾아갔다.


그런데 4~5년이 지난 지금 무덤에도 많은 변화가 생긴듯하다.

예전에는 친구무덤하나랑 가묘몇개가 전부였는데 이번에 가보니 몇개의 봉분들이 더 있다.

기억을 더듬어 친구무덤이라 생각되는 무덤앞에 가져간 술과 고기를 차려놓고 마치 친구가 듣고 있는것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절을 올렸다.

그런데 왠지 자꾸만 뒷통수가 근질거리고 뭐라고 하는듯한 느낌이 든다.('이게 아닌가~!')

「친구무덤앞에서...」


친구 와이프한테 전화를 했다.

오래간만에 전화를 걸어 무덤을 물어보니...

"니 요즘 인간될라 카는갑따~~친구무덤도 찾아가고~~ 그 뒤에 있는거 아버님 산소다~~"

"알따~ 전화 끊어라 아버님한테 절했다~~"

절할때 왜 갑자기 뒷꼭지가 근질거리고 누군가 뒤에서 키득거리는 듯한 느낌이 든 이유를 알겠다.

다시 술병과 안주를 들고 앞쪽에 있는 친구무덤으로 자리를 옮겼다.

술과 고기를 차려놓고 친구에게 한소리 했다.

"웃지마라~ 원래 어른부터 먼저 찾아뵙고 아들 찾아보는기다 짜슥아~~~"


현장으로 돌아오는길 새로난 도로를 이용해보니 겨우 5분거리의 지척에 있다.

돌아오는길  갈때와는 무언가 다르게 마음이 홀가분해지고 발걸음도 가볍다.

앞으로 가끔 생각나면 찾아가야겠다.


문득 그런생각이 들었다.

만나고 싶은 사람은 만나야하고...

또 먹고싶은것이 있다면 먹어야한다는 생각...

며칠전 고 김주혁씨의 사망소식에 다시한번 그런생각이 더 들었다.

깊어가는 가을 어디론가 떠나고 싶고 누군가 만나고 싶다면 지금 바로 전화기를 들고 길을 떠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