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음식앞에서 아버님 생각이~

2016. 2. 11. 10:22이판사판공사판

'갱죽' 을 아시나요?

설명절 이 시작되는 2월 첫째날부터 술을 벗삼아 주구장창 달렸다.

그나마 출근을 했던 목요일까지는 그나마 양이 조금 줄었지만 연휴가 시작되는 금요일부터는 그냥 고삐풀린 망아지마냥 달렸다.

설전날 아침 속이 부대낀다. 오히려 멀쩡하다면 이상한 것이다.

허한 속을 달래기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냉장고와 씽크대를 뒤져보니 몇가지 익숙한 재료들이 눈에 들어온다.

마침 씽크대위에 불려놓은 떡국떡도 보이고 밥통을 열어보니 한공기분량 남짓 밥도 남아있다.

북어한줌과 다시마 몇쪽을 꺼내서 따로 불려두고 요즘 딱 제철인 무우한토막꺼내서  나막나막 썰어준비했다.

잠시후 물기를 꼭 짠 북어와 나막썬 무우를 넓은볼에 넣고 들기름을 듬뿍넣어서 북어가 부들부들 해질때까지 달달달~ 볶았다.

다시마와 북어를 불려놓은 불을 부어주고 두부도 조금 썰어넣은후 한소끔 끓여준다음 마지막으로 김치를 넣고 다진마늘과 간장으로 간을 맞추었다.

제법 옛날 비주얼이 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제일 중요한 식은밥이 들어가야한다. 마침 불려놓은 떡이 보이길래  떡국 한주먹을 집어넣었다.

마지막으로 계란하나 톡 깨어넣고 잘저어주었다. 너무 오래 끓이면 밥이 퍼지면서 국물이 없어진다. 

「갱죽...」

끓여서 완성한 갱죽은 이런 비주얼이다.

참으로 익숙한 모양세다.

어릴적 부뚜막에서 아버님이 전날 과음하시고 어머님 눈치보면서 쓰린속을 달래기위해 손수 만든 경죽의 비주얼과 참 많이도 닮았다.

'갱죽' 은 경상도 음식이다. 하지만 특별한 기교나 조리법은 없다. 그시절 가까이 있는 재료들 모두 넣고 끓여 양을 불린 음식이다.

콩나물도 들어가고, 떡도 들어가고, 두부도 들어간다. 물론 남아있는 김치는 기본이다. 때로는 양을 늘리기위해 국수한주먹도 집어넣는다.

옆에서 지켜보던 두아들녀석에게 맛을 보라고 했더니...

"꿀꿀이 죽이네~안먹어~~~"

이녀석들이 나도 잘 먹어보지 못했던 '꿀꿀이죽' 어떻게 잘알고 있을까? 예상외의 반응에 깜짝 놀랐다.

어릴적 부뚜막에 앉아서 아버님이 작은 그릇에 나누어주는 '갱죽' 의 맛을 잊지 못한다.

내가 그맛을 기억하는것은 나의  몸속에 나의 유전자속에 나의 아버지의 손맛이 그리고 그맛이 고스란히 기억되어 내려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아이들은 영원히 그맛을  기억하거나 떠올리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좀 서글프기도 하다.

잊혀진다는것...

지워지거나 잃어버린다는것 만큼 슬픈일도 없다.

다사다난 했던 설명절이 지나갔다. 이번 명절은 정말 술과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많이 마신듯 하다.

그덕에 친하지 않아도 되는 변기를 친구삼아서 하루저녁을 씨름했으니...

「갱죽...」

우린 '밥국' 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물론 좀 더 자라면서 다른마을에서는 '갱죽' 으로도 불리고 또 이웃 도시에서는 '갱시기' 라고 불린다는것도 나중에

알았다.

그시절 우리의 부모님들에게는 참으로 익숙한 음식이다.

일주일 후면 아버님 두번째 기일이다.

'갱죽' 한그릇을 앞에 놓으니 왜 그런지 더욱더 아버님 생각이 간절하다.

그래서 아마도 음식은 추억이고 기억인가 보다.

다들 설명절 잘보내셨는지요? 새해복많이 받으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갱죽경상북도를 비롯한 일부 남부지방의 음식이다. 별칭으로 '갱시기', '갱식이', '김치죽'등으로 불린다.

갱죽은 갱시기, 밥시기, 콩나물김치죽, 밥국죽 등으도 불리며 나물과 밥을 넣고 끓인 국밥 또는 죽을 말한다. 찬밥을 이용해도 좋고 감자나 고구마를 이용하기도 한다. 찬밥을 이용해 밥을 너무 많이 넣으면 끓인 후 밥이 불어서 국물이 없어지므로 밥은 적게 넣고 국물이 있게 해야 한다.(백과사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