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동마 첫 SUB-4 를 달성하면서~

2013. 10. 14. 11:47달리면서 얻은것들 그리고...

※ 도전을 끝내고...

 

20131014요일 날씨맑음...

금연 833일째...

새로운 도전중...

벽 5시 평소보다 30분 먼저 알람이 울렸다.

오늘은 그동안 준비했던 경주 동아마라톤이 열리는날 전날 모든 준비물을 챙겨놓고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작년 이맘때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해서 이번이 꼭3번째 출전하는 대회지만 가슴이 어린시절 소풍전날 '혹시나 비가 오지 않을까!' 그 기분처럼

두근두근 거린다.

원할한 배변을 위해서 전날 저녁 검은콩과 찹쌀만으로 조금 질게 해놓은 밥을 만둣국국물 에 말아서 먹고 잠시후 더운물에 샤워를 하고  물기를 제거한후 출전준비를 위한 공사(?)를 했다.

바세린을 사타구니와 겨드랑이 에 듬뿍 바르고 가슴에는 키네시오 테이핑을 했다. 오늘이 마지막이란 생각을 다시한번 더 해본다.

시계를 보니 5시45분까지 도착하기로한 친구녀석이 깜깜 무소식이다.

어제저녁 서울에서 함께 출전해 달려주시기로한 이웃분이 갑작스럽게 대회에 참여할수없다는 연락이 와서 뭔가 꼬이기 시작한 느낌이 들었는데

왠지 아침부터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6시에 친구차로 경주로 출발하기로 했는데 차를 가지고 오기로 한 친구도 연락이 없다. 조바심에 차를 가지고 오기로 한 친구에게 전화를 해보니

전화를 받지 않는다.'아마 샤워중이겠지~!' 시간은 6시 10분을 넘어가고 두친구 모두 연락이 없다.

마음은 점점 급해지고 할수없이 한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바로 전화를 받는다. 바로 달려온다고 했다. 아마 목소리를 들어보니 비몽사몽간에

전화를 받고 후다닥 일어나 정신을 차린듯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런데 정작 차를 가지고 오기로 한 친구는 계속 전화를 받지 않는다.

더이상 전화를 받지않는 친구를 기다리고 있다가는 대회출전에 차질이 생길것같아 미리 챙겨놓은가방과 키를 챙겨들고 차 시동을 걸었다.

조금전 헐레벌떡 전화를 받은 친구가 집앞 큰 도로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택시에서 내리자 말자 헐레벌떡 내차로 달려온 친구녀석 "야야~서두르지 마라~ 천천히 해라~~~"

자기가 더 급하게 서두르고 헐레벌떡 거리면서 날보고 오히려 마음을 다잡으란다~

경주 대회장까지 약 90 km의 거리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조금 걸어야 한다. 자칫 지체했다가는 대회장 주변에 차량통제 시간이 걸리면

대회장 까지 갈수도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진다.

북대구를 지나면서 금호강변위로 아침노을이 붉게 비춘다. 떠오르는 해를 보니 가슴속에서 뭔가 뭉클 솟아오른다. 조금 속도를 내어 경주 톨케이트를

통과하니 대회장 주차장까지 약 10km 정도가 남았다.시계를 보니 7시가 막 지나고 있다. 그래도 아직 마음은 급하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대회장 주변에 마지막 차량통제를 하는 시간에 잘맞추어서 도착을 할수 있었다. 

주차를 해두고 마지막으로 지도를 보면서 친구에게 약속장소와 도착 예상시간들을 이야기해주고 대회장으로 향했다.

                            출발전 여유를 부리며...     

출발점에 서서 몸을 풀면서 짐짓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사진을 찍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상당히 가슴이 두근거리고 걱정이 많았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조금 연습도 게을리 한점도 있었고 또 이번에 꼭 써브-4 (SUB-4)도 달성하겠다고 SNS에 호언장담을 했던터라 더욱 걱정이

많았다. 특히 함께 달려주기로 했던 이웃분이 급작스런 일이 생겨 함게 달릴수 없다는 연락을 받고는 더욱더 그러했다.

마라톤은 외로운 자신과의 싸움이다.

물론 42km를 달릴 체력도 필요하지만 정신력이다. 30km를 넘어서면 체력도 고갈되고 정신마저 혼미한 느낌이 들때도 있다.

두다리에 무거운 쇳덩이를 달아놓은듯한 무계감. 금방이라도 걷고싶은충동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것을이겨내지 못하면 풀코스를 완주 할수가 없다.

오로지 자기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할수 있어야만 완주를 할수가 있다. 그것이 마라톤이다.

출발 몇분전 카카오스토리에 "잘달리고 오겠다~" 는 글을 남기고 몸을 풀고있는데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초등학교 친구들이 대구에서 경주까지 응원차 새벽댓바람부터 달려왔다. 너무나 고맙고 눈물겨웠다.

이제 출발을 해야할시간 뒷쪽을 둘러보니 노란 풍선에 3시간40분이란 글씨를 써놓은 페이스 메이커가 두사람 보이고 그옆에 4시간이라고 써놓은

페이스 메이커분도 보인다.

마음속으로 4시간 페이스메이커(이하 페메) 를 따라가는것보다 3시간40분짜리 페메를 따라가고싶다는 충동이 생긴다.

하지만 경주에 도착했을때 서울에서 함께 달리기로 했던 이웃분이 달리지 못해 미안한 마음에 이른새벽 경주로 출발한다는 이야기와 "초반에 무리하지말고 반드시 30km지점까지는 페메를  따라가고 30km이후 체력이 남으면 독주를 하라~"고 신신당부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먼저 초청선수들이 출발을 한후 잠시뒤 우렁찬 함성소리와 함게 출발을 했다. 스톱워치를 누르고 다시한번 초반오버페이스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달림이들의 대열속에서 나만의 외로운 독주를 시작한다.

1km지점을 통과하면서 시계를 보니 5분20초 정도의 페이스다. 몸도 마음도 상쾌하다. 무리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면서 2km를 통과하고 매킬로마다

시간을 체크했다. 1km구간 기록이 5분20~25초의 페이스다.

5km통과하면서 급수대에서 물한컵으로 목을 축이고 기록을 살펴보니 25분이 조금 넘었다. 벌써 3시간 40분짜리 페메는 나를 앞질러 저만치 가버렸다. 따라가고싶은 충동이 생기지만 자칫 오버페이스를 했다가는 그 결과가 어떤지 너무 잘 알기에 꾹 참았다.

「두분 감사합니다.」

뒤를 돌아보니 아직 4시간 짜리 페메는 보이지 않는다.혼자 달리기보다는 누군가 함게 달리면 덜 힘들겠다는 생각에 2km구간부터 비슷한 속도로

달리는 두분이 있길래 말을 걸어보았다.

유니폼을 보니 영천에서 참가하신 분들이다. 영천은 내가 사회 초년병시절 3년정도를 근무했던 직장이 있는도시라 더욱정감이 가는도시다. 

몇마디 이야기를 나눠보니 한분은 마라토너의 명예인 써브-쓰리(SUB-3) 를 하신분이고 또 한분은 이번이 풀코스 처녀출천이라 옆에분이 함게 달려주면서 조언을 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예상 목표시간을 물어보니 4시간 정도를 목표로 잡고 계신다고 이야기를 하셨다.

30km까지 함께 달리기로 했다. 혼자 달리는것다 함께 달리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달리다 보니 평소 연습때보다 훨씬 피로감이 덜하다.

17km지점에서 응원나온 친구에게  에너지드링크를 받아 한모금을 마시고 다시 건내주면서 반대편 27km지점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20km지점을 통과하면서 초코파이하나 물한컵 그리고 주최측에서 제공하는 이온음료도 한컵을 마셨다. 작년 이대회에서 과욕을 해서 수분보충을

하지 않은 결과가 어떻다는것을 작년대회에서 너무나 뼈저리게 느꼈었기에 5km마다 있는 음수대에서는 꼭 수분보충을 해주었다.

20km지점을 통과하면서 기록을 살펴보니 1시간 40분이 조금 지났다. 오버페이스도 아니고 딱 좋은 기록이다. 지금부터는 오르막 아무래도 시간이

더걸릴것같은 느낌이다.

걱정했던 왼쪽 발바닥에 통증이 느껴진다.물집이 생겼다. 과연 언제까지 참아줄지 발바닥이 얼마만큼 견뎌줄지는 모른다.

아직 레이스가 절반도 끝나지 않았기에 결과는 장담할수가 없다. 달리면 달릴수록 체력에 반비례해서 왼발바닥에 물집이 점차 커져간다는 것을

느낀다.

「아직은 힘이 남아서...」

20km지점을 통과해서 오르막 코스가 시작되었지만 함께 달리다 보니 어느정도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그렇게 힘들다는것을 깨닳지 못했다.

30km예상 도착시간을 2시간 40분대에 주파를 해야 내가 목표했던 써브-4(SUB-4)를 달성할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반이 되면 체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좀더 많은 시간이 소비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수있다. 함께달리는 분은 조금 페이스가 빠르고 아직 몇분의

여유가 있다고 괜챦다고 겪려를 한다. 하지마 과연 왼발바닥의 물집이 그리고 체력이 얼마나 견뎌줄지 의문이다. 또다른 걱정은 작년 이대회에서

30km지점까지 너무나 빠르게 잘달리고 후반 10km에서 완전 체력이 고갈되어 고생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드디어 30km 지점에 도착했다. 시계를 확인하니 출발한지 2시간 45분10초가 지났다.

「응원나온 친구에게...」

작년 기억을 기억을 떠올리면서 차분한 마음으로 음수대에서 초코파이와 바나나 한조각 그리고 이온음료와 물한컵으로 체력을 보충하고 마지막 다짐을 해본다.

이제 남은 거리는 12.2km 그리고 남은 시간은 1시간15분이 남았다.  왼쪽 발바닥의 통증은 심해지고 물집은 어느새 더커져 엄지발가락과 두번째 발가락 사이로 커졌다는것을 느낌으로 알수있다.

지금까지 함게 달려왔던 영천분들이 살짝 페이스를 늦추는듯한 기분이다. 끝까지 함께 달려도 4시간 안에 주파를 할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직 남은 거리가 많아 결과를 예측할수 없다.

생각보다 몸이 가볍다. 함게 달려왔던 영천분들을 뒤로하고 조금 속도를 올려본다. 31km구간을 통과하면서 시계를 보니 5분30초정도로 후반페이스 치고는 빠르다.

35km지점 반환점을 돌아서 36km지점으로 달려 오는데 건너편에서 35km 지점을 향해 달려가는 영천분들이 보인다.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어 인사를 했다.

" 페이스조금 빠른거 같네요~ 속도 줄이세요~ 함께 갑시더~"

정신이 번쩍 들었다. 36km 지점을 지나면서 속도를 줄이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시계를 확인해보았다. 남은 거리가 6.2km 남은시간이 40분이

조금넘게 남았다.머리속으로 계산을 해본다.1km 거리를 최악의 경우 7분에 달린다고 계산했을때 4시간 정도에 도착할수 있다는 계산이다.

조금 속도를 줄여 달려보지만 뒷쪽에 두분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제 마지막 오르막이다 37km 구간만 통과하면 내리막 구간이다.

마지막으로 막판 스퍼트를 해서 목표했던 기록을 달성해야한다. 37.5km지점에 친구에게 미리 나와있으라고 해두었다. 마지막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고 충전을 해서 결승점까지 달려갈 요량이었다.

하지만 37km지점에 도착해보니 기다리는 친구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풍선에 바람빠지는 그 느낌 두다리에 힘이 쭉 빠진다.

'39km 지점인 다리아래에는 있겠지.'

38km지점부터 내리막이라 한결 달리기는 쉽다.조금만 가면 친구가 있을거라는 생각에 힘을 내어 몇사람을 앞질렀다.

저멀리 다리가 보이고 다리 아래쪽 몇사람들의 형체가 보이지만 기다리던 친구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할수없이 모든것을 체념하고 혼자 힘만으로 결승점을 통과하고 그 이후에 친구를 응징 하기로 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39km 지점을 통과하고 시계를 확인해보니 아직 제법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점점 자신감이 생긴다. 우측 저멀리 출발점인 시민운동장 건물이 가깝게 다가온다. 두다리에 불끈 힘이 들어간다.

「도전성공을 확신하며...」

40 km 지점에 도착하니 생각지도 않았던 초등학교 친구가 얼음물을 들고서 기다린다. 그야말로 마지막에 천군만마를 만난기분이다.

시계를 확인해보니 3시간 41분이다. 남은 거리 2.2km 4시간까지 남은 시간이 무려19분이다. 한마디로 걸어가도 약속했던 목표시간안에 도착할수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응원나온 친구에게 큰소리로 주먹을 쥐고 소리쳤다~" 할수있다~ 아자 아자 아자~~~" 그 소리에 친구가 더 큰소리로 화이팅을 외친다.

이제 마지막 모든것을 쏱아부으면서 결승점으로 달려간다.

잠시 작년이 대회에 처음 출전해서 쓴잔을 마셔야했던 기억들 그리고 다시 올4월 대구마라톤에 도전해서 3분차이로 목표달성에 실패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저앞에 개선문이 보인다. 전광판의 시계도 아직 출발해서 4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길양쪽으로 달림이들을 응원나온 가족들 친구들 이웃분들의 응원함성이 두다리에 절로 힘이 들어간다.

결승점을 통과하면서 스톱워치를 누르고 기록을 확인하는 순간 하늘을 향해 함성을 질렀다.

3시간54분16초...

「써브-포 달성.」

대회홈페이지 공식기록.

※ 써브-3 : 마라톤 풀코스(42.195km)를 3시간 안(2시간 59분59초)에 주파하는것.

    써브-4 : 마라톤 풀코스(42.195km)를 4시간 안(3시간 59분59초) 에 주파하는것.

제 박씨아저씨의 마라톤 도전은 약속했던것처럼 이루었습니다.비록 첫번째 도전에서 두마리 토끼를 다잡지 못하고 실패를 했지만 다시한번 도전해서

완주와 써브-포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습니다.

이제 도전을 마치고 내일부터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새로운 곳에서 정착할동안 당분간 찾아뵙지 못하더라도 잊지마시고 많은 응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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