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아저씨의 한여름밤의 꿈

2009. 12. 20. 16:32꿈이야기

꿈속에서 만난 여인을 그리며...

요즘 박씨아저씨는 책상에 앉아 히죽~웃기도 하고 때로는 잠시 깊은 생각에 빠져드는 일이 부쩍잦아드는것 같다.

세월은 어느듯 흘러 박씨아저씨의 옆머리도 희끗희끗 서리가 내리고 좁디좁은 이마에도 세월의 훈장이 말년병장의

계급장처럼 매달려 있. 그도 젊은날 한때는 긴머리 휘날리며 탱탱하던 구리빛 피부를 가지고 뭇여인네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적이 있었지만 그누구도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그 어디에도 없다.

그역시도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아니 남들보다 더 깊게 받아들이는지도 모른다.

10여년전 무더운 여름날 한창 30대 중반의 나이로 제법 잘나간다는 건설회사에 근무하면서 과장 직함을 얻었고

그또한 그자리에 오르기까지 남들보다 몇배 열심히 발로 뛰면서 가족들을 내팽계치고 오로지 회사와 일에 매달린

덕택이었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오후

연일 잦은 장거리 출장에 몸도 마음도 지쳐있었지만 일이라면 남에게 맡기기 싫어하는 성미인지라 그날도 그는 다른직원이 가도 될일을 자기가 굳이 나서 처리를 하겠다고 포항 출장길에 올랐다.

포항에 도착해서 늦은 일처리를 마치고 흡족한 마음에 기차시간을 보니 제법 여유가 잠시 쉬어가기로한 박씨아저씨...

평소에도 몸이 피곤할때 자주 사우나에 들러 잠시 눈을 붙이고 했던터라 그날도 별다른 생각없이 주변을 둘러보고는 인근에 있는 사우나로 향했다.

돈을 지불하고 수건한장 들고 탕안으로 들어선 박씨아저씨

마침 토요일이라 그런지 탕속에는 희뿌연 수증기만 가득하고 구석구석에 흰배불뚝이 아저씨 한두분 그리고 나이드신 할아버지 한분이 손님의 전부였다.

샤워기 앞에서서 배불뚝이 아저씨의 그것을 한번보고 또 자신의 그것을 비교하면서 오만한 웃음을 짓고 아예 할아버지의것은 보지도 않고 무시해버리는 박씨아저씨...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의기양양하게 물을 뒤집어쓰고 한껏 거품을 만들면서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오늘이 토요일 집에가면 사랑스런 마누라와 아이들이 반겨주겠지 그리고 내일은 일요일 모처럼 마누라랑 찐하게~'

짐짓 들뜬 마음과는 달리 박씨아저씨 사우나를 마치고 나니 온몸이 나른한것이 피곤이 몰려들어 벽시계를 보니 아직 1시간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있어 잠시 눈을 붙이기로 하고 수면실로 향했다. 그런데 그것이 박씨아저씨의 크나큰 실수였다.

 

박씨아저씨 문득 눈을 떠보니 주변에는 온통 어둠만이 가득하다 "이건아닌데 뭔가 잘못된건데~' 급히 덮고있던 수건을 던져버리고 수면실 밖으로 뛰어나와보니...

탕안에도 희미한 비상등 불빛만이 빛나고 ...'이건 아니다 싶어' 옷을 벗어놓은 탈의실로 뛰어가는데 탈의실 입구쪽에서 청소를 하던 아가씨가갑자기 튀어나온 박씨

때문에 화들짝 놀라서 어쩔줄을 모른다.그런데 정작 더 놀란 사람은 아가씨보다 박씨아저씨였다.

박씨아저씨는 너무 급한 나머지 뛰어나왔고 남탕에 아가씨가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엇으니 더욱이 알몸이 아니었던가!

이미 보여줄것 다보여준 박씨아저씨 허겁지겁 옷을 입고 멍하니 처다보는 아가씨를 밀치고 역으로 달렸다. 하지만 기차는 30분전에 떠나버렸다는 소릴 들어야 했다.

힘이빠진 박씨아저씨 몇년전 결혼하면서 아내가 준 시계를 쳐다보니 시간은 벌써 10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갑자기 밀려오는 허탈함 그리고 배고픔.

이미 밤 10시가 넘은 시각이고 역에 막차도 떠난지 30분이 넘었기에 역주변은 어둠으로 가득하다.아무래도 촌동네라 더욱그러한 모양이었다.

식당을 찾아 터벅터벅 걸어가는 박씨아저씨 앞에 환하게 불을 밝힌 밤바다의 풍경이 더욱더 쓸쓸하게 보입니다.

 

"안녕하세요"

난생 박씨아저씨가 태어나 처음들른 포항에서 누군가 박씨아저씨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낸다.

깜작놀란 박씨아저씨 누구일까!하는 생각에 고개를 들어보니 어디선가 본듯한 아가씨... 조금전 목욕탕에서 만났던 그아가씨였다.

그때 하도 경황도 없고 부끄럽기도 하여 한마디 말도 없이 뛰쳐나왔던  사우나에서 만났던 아가씨...

짧은 숏커트에 맨소매가 드러나 보이는 흰티 그리고 물기빠진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청순하면서도 흰티 사이로 드러나보이는 도드라진 두가슴이 꽤나육감적으로 보였다.

순간 박씨아저씨의 음흉한 눈빛을 의식했는지 " 뭘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세요 부끄럽게?" 하면서 아가씨의 말에 이내 정신을 차림 박씨아저씨 미안한듯 고개를

돌려 먼바다를 응시한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둘이 들른곳은 인근에 있는 포장마차... 몇잔의 소주를 마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가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이곳포항에서 일자리를 알아보며 잠시 짬을내어 사우나를 하는 친척의 일손을 도와주고 있었다고 한다.

처음만난 서먹서먹 하던 분위기도 술잔이 비워지길 거듭하면서 둘의 사이도 아주 가까워졌다.남들이 보면 남매지간이라 착각할정도로...

시간은 흘러 밤12시가 넘어서 새벽 1시로 흘러갈즈음  이미 박씨아저씨의 머리속에는  집에서 걱정이 되어 안달이 나있을 마누라와 아이들 생각은 사라져버렸다.

 

그녀의 자취방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2시...

먼저 박씨아저씨를 문앞에 세우두고 먼저 들어간 아가씨는 이것저것을 구석으로 밀어넣고 박씨아저씨를 들어오라고 한다.

난생처음 들어가본 아가씨의 자취방 분위기에 박씨아저씨 아무리 소주몇잔을 마셨다고 하지만 긴장한듯 심호흡을 크게한다. 옷걸이에 걸린 물빠진 청바지 두어벌

그리고 흰나시티 몇개 아마도 그아가씨가 평상시에 즐겨입는옷들인 모양이다. 방 한켠구석에 놓여진 조그만한 티브이앞에 올려진 이름모를 작은 화장품병들...

집에서 기다리는 마누라의 화장품냄새와는 사뭇 다르다 뭔가모르게 풋풋하고 우유빛 젓냄새가 풍기는듯해 갑자기 몽롱한 마음과 가슴이 쿵쾅거린다.

혹여 심장소리가 아가씨에게 들릴까봐 다시한번 길게 심호흡을 하는 박씨아저씨에게 그 아가씨는 비키니 옷장에서 꺼낸 반바지 하나를 건네주면서 돌아선다.

이내 이부자리가 펴지고 불이 꺼지고 둘은 멀뚱하게 천장만 쳐다보며 누웠다.박씨아저씨의 쿵쾅거리는 심장소리를 아가씨는 아는지 모르는지 이네 잠이들었다.

하지만 박씨아저씨 좀처럼 잠이 들지 못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박씨아저씨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왼손으로 살며시 그녀의 오른손을 잡아보았다.

아가시는 아는지 모르느지 미동도 없다 좀더 용기를 내어서 몸을돌려 오른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보듬어 보았다. 살짝 떨리는듯 약간의 미동이 느껴졌지만 그녀또한 싫지 않은듯...이에 용기를 얻은 박씨아저씨 과감하게 그녀의 위로 올라가서 입맞춤을 하는데...

갑자기 환하게 불이켜지면서...찢어지는듯한 앙칼진 목소리가 박씨아저씨의 귓전을 때린다...

" 여보 안일어나나  지각이데이~지각~"

아내의 앙칼진 목소리에 깨어난 박씨아저시 주변을 둘러보고는 성급히 일어나서 욕실로~~~그날 박씨아저씨는 지각했습니다.

P.S :이글은 평소 박씨아저씨가 꿈이야기를 하고싶어 '꿈이야기' 라는 카테고리를 만들면서 몇년전 박씨아저씨가 꾸었던 꿈을 조금 각색해서 일요일오후에 2시간에 걸쳐서 급히 써본 허접한 단편입니다. 오해가 없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