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세 티켓다방녀 의 희망이야기...

2009. 7. 24. 09:12공사판일기

24살 티켓다방녀의 일상을 보다...

침 8시 어김없이 울리는 알람소리에 일어나야 하지만 전날 마신 몇잔의 술때문에  일어나야한다는 마음과는

따로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하지만 8시30분이면 어김없이 지하에 있는 그녀의 일터로 내려가야 하기때문에

말을듣지 않는 몸을 이끌고 욕실로 가서 찬물에 온몸을 맡기면서 창문틈으로 보이는 아침햇살에 눈을찌푸린다.

이른아침 햇살은 벌써 저만치 높이 떠오르고 잠시 망상에 잠길 시간도 없이 허겁지겁 긴 생머리를 말릴 겨를도

없이 지하에 있는 그녀의 일터로 달려갑니다. 지하 쪽방에서 주무시는 이모(?)님은 벌써 커피를 내리고...

커피향이 온지하실을 가득 메우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인사를 하고 쇼파 한쪽구석에 지친몸을 기대고

있을무렵 전화벨이 요란스럽게 울린다.또 하루의 시작이다

이상은 얼마전 만났던 24세 김은정(가명)의 아침 일상입니다.

 

 "지에서 희망의 빛을 보았습니다."

박씨 아저씨가 그아이를 처음 만난것은 아마 2달이 조금 넘은듯 합니다.

처음 이곳으로 공사때문에 왔다가 일반 시골치고는 다방이 너무나 많다는 생각에

시골다방에 관련하여 포스팅을 해보기로 하고 몇몇 다방을 다니면서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물어보았지만 뭐 특별한 내용도 없고해서가슴속에 담아두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사무실에 손님이 오셨습니다.그분은 설비업을 하시는 동네분이신데 저보다는 이 시골동네를 잘알고 계셨습니다.그분은 습관(?)적으로 커피를 시켰습니다. 그때 보았던 긴 생머리에 어려보이는 아이...

커피를 마실동안 단한마디 말도 없이 그냥 멍하게 하늘을 보다가 "안녕히계세요"

란 상투적인 인사를 남기고 사라진 아이...

그녀가 떠나고 나서 잠시 '조금 특별한 아이구나~'하는 생각은 했지만 그냥 시간이 지나면서 잊어버렸습니다.그리고 이주일 정도 지났을까~업무차 들른 그분이 오셔서 또 커피를 시키게 되었습니다.

역시 그날도 그 아이가 배달을 왔습니다. 두번째 만남에서 그아이와 몇마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냥 궁금해서...

"니 이름이 뭐꼬?"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그아이 "은정이요~~" "나이는?" "24살요" 묻는대로 척척 대답을 잘도 합니다.그래서 한가지더...

"니 어디서 왔노~?" "대구에서" 이러길래~~~ 타지에서 고향 까마귀만 만나도 반갑다는 이야기 아시나요?

박씨아저씨도 집이 대구인지라 반가운 마음에 이것저것 소소한 것들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리고 또 그렇게 몇주일이 지나면서 몇번 커피배달을 시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6월 무더운 어느날 아마도 토요일이었던것 같습니다. 대구에서 아는동생이 내려와 마침 날씨도 덥고해서 시원한 것을 먹으려고 수퍼에 가려니 귀챦고~

또 한동안 보지 못했던 그아이가 궁금하기도 해서 다방에 배달을 시켰습니다.오래간만에 만난 그아이...이제는 몇번 만났다고 웃으면서 조잘조잘 먼저 말을 걸기도 합니다. 까불거리는 모습이 친구의 귀여운 여동생같기도 하고 해서...옛날 친구에서 보았던 그샘이 하신말씀을 흉내내어 한마디를 했습니다.

"니아부지 뭐하시노~~" 최대한 영화에서 본 그선생님의 명대사를 흉내내어 물었는데... "아부지 없는데요~~~"...

순간 함께 이야기 나누던 동생도 나도 멍해졌습니다. 너무나 태연히 아버지가 없다는 짧은 그아이의 대답에 큰실수를 저지른것 같아 정신을 차리고는

"미안테이..." 정말 그순간 갑자기 분위기가 그랬습니다.하지만 너무나 태년한 그아이의 태도에 또 놀랐습니다.

그 아이는 아버지를 몰랐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아이의 말에 더욱더 놀랄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아이의 어머니의 나이가 저와 비슷한 나이...

그리고 구미에서 전자공장에서 몇개월 일을 하다 그만두고 시작했다는 다방일...대충 그아이의 이야기를 듣고보니 짐작이 갔습니다.

그리고 참으로 세상이 더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그아이는 아버지가 누구인지...아버지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모릅니다.또 아버지의 존재가 무엇인지도 몰랐습니다. 구미에서 공장일을 그만두고 아는 언니에게 소개를 받아 다방일을 한것이 7개월정도 되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다방에 관해 별다른 지식도 관심도 없던터라 잘몰랐었는데 이아이때문에 제법 많은것을 알수 있었습니다.

아침 8시30분에 출근해서 밤12시가되면 퇴근을 한다고 합니다.

하루 15시간이넘는 고단한 일과속에 그아이가 한달에 벌수있는돈은 300만원정도...어떻게 보면 많은돈일수도 있지만 그리 많아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은정아~그렇게 열심히 하면 다른일해도 그돈 벌수있으니 엄마에게 거짓말 하지말고 다른일해라~"

"안그래도 얼마뒤에 그만둘려고 하고있어요~다른거 시작할꺼예요~ 이제 얼마지나지 않으면 아저씨 나 이일 안해요"

그소리를 들으니 왜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정말 나의 일처럼 기뻐해 주면서도 한편으로 살짝 의심이 가는것은 왜일까요?

혹시 다음에 또 커피배달을 시켰을때 그아이가 나타나면 엄청 실망을 할거란 생각에 그아이가 그만둔다는 날이 나도 모르게 기다려졌습니다.

그냥 나랑 아무상관이 없는 아이인데 유독 그아이가 마음에 걸리는것은... 그아이가 떠난다는 날짜가 지나 다방에 일부러 커피를 시켰습니다.

혹시나 그아이가 배달을 오면 뭐라고 해야할까~하지만 그아이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그아이가 자기와 약속했던 그리고 나에게 이야기 했던 그날짜에 그다방을 그만두었다고 새로이 들어온 아가씨가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참으로 잘된일입니다. 이제 그아이는 새로운 삶을 찾아서 새로운 곳에서 희망을 찾아서 즐겁게 살아가고 있을거라는 생각에...

벌써 그아이가 떠난지가 한달정도 되었네요~잘지내고 있는지 살짝은 궁금합니다.잘지내고 있겠죠?

 

p.s : 이글을 쓰기전 박씨아저씨 상당히 많이 고민했습니다. 혹여 이글로 인해 피해를 보시는분들이 없을까해서 입니다.하지만 이글로 더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가질수 있다면 또 음지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새롭게 볼수있는 계기가 될수있다면 하는 바램에서 글을 올립니다.

 희망사연공모

별로 우수한 글도 아닌데 다음 메인에 올라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볼수있어 감사합니다. 박씨아저씨~

덧붙이는글:먼저 보잘것 없는 글을 읽어주신 분들 그리고 많은 댓글에 답글을 달아 드리지 못한점 이렇게 나마 몇마디 말로서 답글을 대신합니다.

그리고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제가 겪어보았던 이곳의 다방 문화(?)는 예전에 알고 있었던 곳(?)과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먼저 아가씨가 다방에 취직하는 경우 직업소개소를 통해 오는경우가 드물었으며 또 말이 많았던 선불이니 소개비 명목으로 많은금액에 발목 잡히는 경우도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자발적으로 왔으며 또 급여또한 책정되어 있는것이 아니고 자신이 올린 월매상의 50%를 수익으로 가져간다고

합니다.예를 들어 한달에 600만원의 매상을 올리면 아가씨가 그수익의 절반인 300만원이 월급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일요일의 경우 쉬고 싶을때는 쉴수도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어느분의 댓글처럼 벌금을 물거나 그런경우는 없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그런경우를 많이 보았는데 많이 변했습니다.그리고 시골이지만 다방 문화가 많이 바뀌었습니다.님들이 생각하시는것처럼 더럽고 추악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에게도 어떻게 보면 나름 생활의 터전(?)이고 삶(?)입니다.

부디 왜곡된 시선으로 그들을 보지 말았으면 합니다.그런 시선들이 오히려 그사람들을 더 아프게 하는것인지도... 

떠난 사람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읽어 주십시요.그리고 응원해 주십시요.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