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난 현장에 찾아온 고마운 손님

2009. 1. 16. 16:50공사판일기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차에 몸을 싣고 울산으로 향했습니다.평상시와 다른점이라면 출근하는 시간이 조금 늦어진거 외에는 특별할것도 없습니다.

아침 7시 날씨가 제법 쌀쌀합니다.경산을 지나올때즈음 차량 온도계를 보니 영하 11도 아마 올겨울 가장 추운 날씨인것 같습니다.정말 춥습니다.

8시가 조금 넘어 도착한 현장 사무실 ...평상시 같으면 벌써 현장이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을텐데 얼마전 부도여파로 공사가 중지되어 현장이 조용합니다.

안그래도 날씨탓에 몸을 움츠리는데 현장에 도착해서 썰렁한 모습보니 더욱더 춥습니다.몇일전부터 다른 현장에서는 현장사무실을 점령하고 중장비로

출입구를 봉쇄하고 각종단체에서 까지 나서서 협상을 진행하고 한다는 소리가 들렸지만... 유독 우리현장만은 조용합니다.다들 어렵고 힘이 들겠지만

끝까지 믿어주고 따라주는 그분들이 참으로 고맙습니다.아마도 조만간 순조롭게 해결되리라 믿습니다.

오전 10시정도가 되니 얼마전까지 현장에서 일을 하셨던 목수분들과 노무자 분들이 한분 한분 모여들고...못을뽑던 아주머니도 보입니다.

날씨도 춥고 노임을 지급받지 못하여 현장을 찾아오신분들 그 심정 어찌 모르겠습니까.하루하루 가족들 위해서 꼭두새벽부터 추운날씨 속에서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셨던거 잘알고 있습니다.하지만 지금당장 제가 그분들한테 해줄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부도난 회사의 소장넘이 그들에게 무엇을 해줄수 있을까요?그분들도 잘알고 있습니다.제가 그분들에게 해줄수 있는 그무엇(?)도 없다는것을...

점심 식사후 몸이 나른하여 깜빡 잠이 든 모양이다.노크소리에 놀라서 깨어보니...

'황반장님'이 찾아오셨다.이른아침 누구보다 먼저 출근해서 작업자들 위해서 난로도 피우고 작업끝나고 나면 뒷정리 도맡아 하시던 반장님...

얼마전에도 한번 찾아오셔서 "소장님 우짭니꺼? 음료수는 있습니꺼?"하시면서 당신보다 무능한 소장넘 걱정하면서 홍삼트링크 두박스 놓고

가셨는데...오늘 또 검은 비닐봉지속에 홍삼드링크 두박스 들고 오셨다.

 "소장니임 그동안 고마웠습니다.저 낼부터 다른데 일하러 가기러 했습니다"

"반장님 정말 잘 되셨습니다.열심히 하시니 경기 좋으면 다시 만나겠죠.건강하세요"어차피 이현장에서 더이상 일할수가 없어 다른현장에

자리를 알아보시더니 그일이 잘되신 모양이다.그냥 가셔도 무방한데 굳이 무능한 소장넘이 생각이 났는지 없는돈에 드링크까지 사가지고 현장을 찾아준

황반장님 고맙습니다.공사판에서 약20년 정도 밥먹고 살다보니 대충 돌아가는 꼴은 아는편이지만 세상 참으로 요지경이라는거...

얼마전까지 그냥 죽으라면 죽는시늉까지 하던 몇몇 업체분들은 부도이후 코빼기도 보이지않고...

평소 전화도 없고 잘들르지도 않던 분들은 오히려 부도이후에 더 자주 찾아오시고 전화도 주시고... 참 세상 알다가도 모를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