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습니다.

2008. 9. 17. 11:38그리운 사람들...

쏘오장님...

내가 노가다(?)를 하면서 지금까지 모셔왔던 쏘장님중 유일하게 "쏘장님"이라고 부르는 분이 있다.

나머지분들은 그냥 행님 아니면 그때 당시 직급을 부른다.

예를들어 성이 최가면 최과장님,부장이면 부짱니임...

어제저녁 큰놈 숙제 시켜놓고 담배한대 피우기 위해 아파트 정원앞에 잔뜩 폼잡고 한대 물었다.

아무생각 없이 담배만 피우기뭐허고 해서...이생각 저생각...

갑자기 예전 모셨던 소장님이 생각난다.아마 고향이 경주였던가.전공이 건축도 아닌데(전공이 도예과)도 우방(지금은 이름도 잘 모르겠다)의 건축기사 1호였다.

군 제대후 아르바이트로 청남대인가! 어디 동해안 쪽에 대통령 별장 짓는데 일했었는데...잡부로 ...

그것이 그분의 인생을 바꾸어 버렸다.흔히 말하는 노가다 십장(요즘말로 반장)의 권위가 그렇게 좋아보였단다.말한마디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일꾼들이...군제대후 그의 눈에 비추어진 반장의 권위가...

그렇게 해서 그분은 당장 학원에 등록해 전공도 아닌 도지가 만들다가 건축으로 발을 들여놓았단다.

지도교수의 도예국전 참여도 그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오로지 노가다만 보였단다.

그렇게해서 그는 원하던 건축기사를 따고 우방이라는 건설회사에 기사로 사회와의 첫단추를 끼웠다.

항시직장생활하면서 전공이 아니다보니 동료들과 의견충돌이 있기마련이고 비전공이니 선,후배 없고...

그래서 남들보다 더 노력하고 두발로 뛰었단다.

남에게 지기싫고... 그래서 더더욱 노력하고 남들 술먹을때 학원다니면서 컴터 배우고,동료들 놀러갈때

 사무실에서 당직을 했단다.

'1% 지시 99% 확인'

그분이 늘 말씀하시던 교훈이다. 먼저 확인하고 발로 뛰라는 말씀이다.

항시 출근이 빨랐고 현장에도 열심히 확인하셨다.그런 그분들을 직원들은 달가워 하지 않았다.

왜냐면...

"쏘오장니 뭐한다고 현장 나오노"

그랬다.그시절 쏘오장은 '왕' 이었다.쏘오장은 현장에 얼굴을 내밀면 안되었다.큰일이 터지던지

아님 사장이 오던지...그래야 볼수 있는것이 소장 이였기에  하루에 몇번씩 현장나오고 기사들과 탁구내기하고...급하면 콘크리트 직접 치기도 하고...하시는 소장님을 좋아할리가 만무했다.

그러나 난 좋았다.왜냐면 잘모르는거 바로위에 물으면 으시대고 그것도 모르냐는둥 머리나 치고 하는 고참들보다는 항상 형님같이 자상하게 가르쳐주고 어쩌다가 고생하고 있는데 지나가면서 "박주임 잘되가나"

그 한마디에그날 고생이 눈녹듯이 사라지고 나도 나중에 저분같이 멋진 쏘장님이 되야지 하고

쏘장님 말이라면 죽으라하면 진짜로 죽을려고도 했다.

한번은 전날 무슨일땜에 심사가 단단히 틀려 사표를 던져 버리고 술 이빠이  묵고 출근을 하지 않았다.

그날 오후 위에 고참이 씩씩거리면서 숙소에 찾아와서 하는말"야이 씨발노마 니땜에 조소장한데 좆나게 깨졌따아.빨리 출근하자"그렇다고 바로 출근하면 미안하니까 몸이 안좋아 낼 출근한다고 하고선 그다음날 출근해서 "쏘오장님 지송합니더"했더니 조쏘장님 왈 " 아이다 내 글마 좆나게 혼냈다 아이가.신경쓰지 말고 일해라"

그래서 지금까지 노가다 때려치우지 않고 계속 하는지도 모른다.

항상 아랫사람 혼내기 보다는 자기자신이 먼저 반성하고 위사람을 나무랬다.

담배 한개피가 다 타도록 조쏘장님이 그립다.

언젠가 전화통화 이후로 전화 번호도 결번이고...아마 대한민국 하늘아래 살아계실텐데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시는지...

그때 박주임이 지금 그래도 쏘오장인데 만나면 쏘주한잔 대접하고 싶은디...

조영래 소장님 보고싶습니다.사랑합니다.

 

P.S:08.09.26 저녁에 전해들은조영래소장님의 근황입니다.

몇일전 우연히 예전에 근무하던 후배넘이 현장을 찾아왔다.

이런저런 이야기 중에 조소장님 근황을 물어보았더니 역시나 모른단다.

무척이나 오래간만이고해서 술한잔 하면서 연락되는 예전 직원들 연락해서

금요일날 얼굴이나 보자고 약속을 잡았었다.

금요일 저녁 약속장소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다 조소장님 안부를

물었다. 다들 모르는데 한친구가 머뭇거리면서 돌아가셨다고 했다.

그것도 얼마전...

순식간에 술자리는 조용해져버리고...

아무말이 없는 그친구를 나무라며 왜 연락하지 않았느냐?병명이 뭐냐?....

친구넘의 한마디...

"암으로 돌아가셨는데..."'아무에게도 연락하지마라 조용히 가고싶다'라고

하셨단다.

조소장님!

조소장님 뭐가 그리 급하셨는지...오직 할 이야기가 그거밖에 없었는지...

지금도 멋쩍게 웃으시고 탁구치시면 발동하는 승부사 기질...

이렇게 눈에 선한데 그렇게 가시다니...

오늘 의도,성호,재선,그리고 태혁이형 까지 다모여 대빵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렇게 늘 배푸시기만하고 미련없이 아무 말씀도 없이 떠나시니 정말너무합니다.총각직원들 미팅보내시며 10만원꺼내주시면서 "박주임 사진 찍어와서

결과 보고해라,엄한짓했으면 10만원 회수다"

총각직원들 장가보낼려고 미팅주선도 하시고...

그넘들 장가가서 다 아들딸 낳고 잘살고 직장 다니면서 밥먹고 삽니다.

언제 연락되면 옛날처럼 한번 터지게 먹고 마시고 그때 이야기 나누며 형님 동생 하면서 어울릴수 있길 기대했는데...

소장님 부디 영면하십시요.

거기서 중희 만나면 안부나 전해주시고요.

좀더 시간이 지나면 뵈올날 있겠지요.사랑합니다.

소장님의 가르침 잊지않고 노가다 끝나는 그날까지 기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