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첫째 일요일은 계단실 청소하는 날입니다.

2021. 9. 6. 10:34이판사판공사판

계단실입구에 공고문

요즘세상에 흔치않은 풍경이라 약간은 생경했다.이사온지 얼마되지 않아 꼭 참석하리라 마음먹었다.

 

#앞산시대
'이사오길 참잘했다~'
는 생각이 또 드는 아침이다.

옥상 지붕스피커에서 "지직~"거리는 사전멘트가 나오고 경비실 아저씨의 구수한 음성으로 계단실 청소를 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지난밤 음주로 늦은잠을 자고싶었지만 이사온후 첫 행사(?)에 늦거나 빠질수는 없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실에 시계를 확인해보니 7시다.
현관문밖에서 살짝 소란스런 잡음이 들려온다.
'후다닥~'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끼고 그 소란한 소음속으로 달려나갔다.
부지런한 403호 아주머니 집안에서 긴호스를 현관밖으로 빼내 계단실에 물을 뿌리고 계신다.
인사를 나누고 고무호수 물줄기 따라 서툰빗자루질을 했다.
곧이어 윗쪽계단실에서 인기척과 함께 물이 쏟아진다.
5층에서 시작된 계단실 물청소의 신호탄처럼 시원한 물줄기가 계단실 난간대를 타고 흘러넘친다.
"아저씨 비켜요~~"
하지만 5층아주머니의 외침보다 물줄기의 속도가 더 빨랐다.
비록 물줄기에 살짝 옷이 젖었지만 인사를 나누고 5층계단으로 올라가 504호와 503호 아주머니에게 신고(?)를 했다.
'윗층에 잘못보이면 꼬인다'
"4층아저씨 5층은 청소 안해도 되요~"
하지만 나의 아부성빗자루질은 멈추지 않았다.
" 아 좋네요~~ 이렇게 인사도 하고 얼굴도 익히고~~"

여세를 몰아 5층에서 4층으로 4층에서 3층으로 앞집아주머니와 합세해서 신나게 패잔병 몰듯 청소한 물을 몰아내렸다.
"아저씨.그만해도 되요~ 밑에는 우리가 알아서 해요~"
친절한 3층 아주머니 나의 직진을 말렸다.
내친김에 1층꺼지 밀고 내려갈 기세였는데 오늘은 요기까지만 진행하기로 하고 인사를 건내고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이사올때 베란다에 있는 긴호스의 사용처가 무엇인지 살짝 궁금했었고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 쓰래기를 버리면서도 쉽게 버릴수가 없었다.
난 오늘아침 그호스가 베란다에 존재하는 이유를 알았다.
다음달 돌아오는 청소날에는 내가 고압호스를 가지고 나가서 싸악 청소해야겠다.
다음달 오늘이 기다려지는 아침이다.

'앞산으로 이사오길 참잘했다.'

5층에서 4층으로 4층에서 3층으로 그렇게 인연은 이어져간다.

 

베란다에 있는 물호스의 용도를 알았다.

이사오기전 베란다에 남겨진 긴호스의 용도를 알수없어 궁금했다.

하지만 난 오늘아침 그용도를 알고 나서 궁금증이 풀려 기분이 좋았고 또 이호스로 인해 이웃간 정을 나눌수 있어 행복했다.

물호스의 용도를 깨닳는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