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에 없어져야 했다...

2016. 4. 23. 11:18쓴소리단소리

※ 이 기자 참 마음에 든다...

[Why] '블로거지' 들이 망친 파워블로그… 끝내 제 무덤 파다

네이버는 왜 파워블로그를 없앴나

더 이상의 파워블로그는 없다. 네이버는 2008년 시작해 8년간 유지해오던 파워블로그 선정 제도를 종료한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파워블로그'란 네이버가 자사(自社) 블로그 중 우수한 콘텐츠를 지닌 블로그를 가려내기 위해 도입한 인증제도다. 네이버에 따르면 2008년 당시 1500만개였던 네이버 블로그는 현재 2300만개, 하루 평균 20만개였던 새 글 수는 80만개로 증가했다. 지금까지 선정된 파워블로그 개수는 2076개. 남녀 비율은 거의 1:1이다. 운영자 연령대는 40대가 37.2%로 가장 많고 30대(35.7%), 50대(12.9%), 20대(7.7%) 순이다. 60대 이상 운영자는 4.9%다. 네이버 관계자는 파워블로그 폐지 이유에 대해 "블로그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특정 주제를 분류해 우수한 콘텐츠를 가려내는 것이 점점 어려워졌다. 이러한 블로그 생태계 속에서 한 해 동안의 활동을 평가해 선정하는 파워블로그 제도가 블로그 문화의 다양성을 대변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파워블로거
/김성규 기자
'파워 블로거지'의 폐단

"파워블로그 제도가 없어진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용이 우수한 블로그와 제품 홍보로 도배된 블로그를 가려낼 만한 역량이 네이버에는 없는 것 같다."

지난 18일 전화로 만난 A(46)씨는 이렇게 말했다. 파워블로그 타이틀을 네 번 달았던 그가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한 것은 2009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무료해서 끄적인 여행 관련 포스팅이 인기를 끌었다. 블로그 이웃이 총 2만5000명. 블로그가 소문 난 덕에 책도 두 권 냈다. A씨는 "더 이상 네이버 파워블로그 엠블럼이 자랑스럽지 않은 시대가 와 버렸다"면서 "파워블로거 중 엉터리가 많다. 순수하게 정보를 공유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포스팅을 하는 블로거들이 넘쳐난다"고 했다.

파워블로거들의 지나친 상업 활동은 그간 파워블로그 제도의 가장 큰 폐단으로 지적돼 왔다. 일부 파워블로거들이 제품 포스팅의 대가로 돈을 요구하거나 제품 협찬과 할인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파워블로거'와 '거지'의 합성어인 '파워 블로거지'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1년 불거진 일명 '와이프로거(주부 블로거) 공구 사건'. 요리법 및 제품 사용 후기를 제공해 인기를 끌었던 주부 파워블로거들이 제품 공동 구매를 알선한 대가로 기업으로부터 연간 수천만~수억원의 수수료를 받은 것이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몇몇 럭셔리 패션 블로거들이 기업체에 연예인 못지않은 VIP 대우를 요구한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 패션업계에서 일하는 김모씨는 "블로그 덕에 케이블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면서 이름이 알려진 한 패션 블로거의 경우 결혼식 때 풀패키지로 협찬을 받았다는 소문이 업계에서 무성했다"고 말했다.

화장품과 패션용품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소영(47)씨는 "영리를 목적으로 블로거에게 유혹의 손길을 내미는 기업들도 문제"라고 했다. 이씨의 블로그 방문자 수는 하루 300명 정도. 그는 "건당 3만원을 줄 테니 자기 제품을 포스팅해달라는 소규모 사업자 이메일을 여러 통 받았다"면서 "포스팅은 자기들이 할 테니 블로그를 빌려만 달라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경영학)는 "파워블로그가 기업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정확한 정보가 아니라 광고주의 의도에 맞게 왜곡된 정보를 담아내는 경우가 많아졌다"면서 "이를 인증하는 것에 대한 네이버의 사회적 부담이 커지게 된 것이 이번 파워블로그 제도 폐지의 큰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등에 자리 내줘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면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가 블로그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도 파워블로그 폐지의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소프트웨어학)는 "파워블로그의 공정성 시비는 오래전부터 있었던 문제다. 지금 굳이 그것 때문에 파워블로그를 폐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문제는 더 이상 네이버가 비용과 시간, 노력을 들여 선정하고 유지할 만큼 파워블로그가 매력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라면서 "파워블로그 제도가 처음 생긴 2008년만 해도 블로그가 SNS의 대표 격이었지만 이미 그 자리를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차지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 제품 홍보도 블로그에서 모바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한 홍보 대행사 대표는 "유튜브 동영상으로 홍보하는 것이 유행이라 파워블로거 인기가 옛날만 못하다"면서 "네이버가 파워블로그를 접었으니 앞으로 동영상 분야를 강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출판 관계자 이모씨는 "몇 년 전만 해도 신간 서적을 마케팅할 때 블로거 서평단의 힘을 빌리는 것이 관례였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모바일 접근성이 떨어지는 블로그 대신 페이스북 이나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을 적극 활용한다"면서 "네이버의 향후 모바일 전략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대규 한국블로그산업협회장은 "블로그 마케팅의 성장세는 꺾이고 있지만 영향력 있는 개인을 활용한 '인플루언서 마케팅(influencer marketing)'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어떤 식으로 콘텐츠 마케팅을 해나갈지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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