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길에 들어서면 돌아가신 아버님이 떠올라...

2016. 4. 8. 10:30이판사판공사판

※ 벌써 2년이 흘렀다~

♪♬돌담길 돌아서며~ 또한번 보고~~~

징검다리 건너갈때 손을 흔들며~~♬♪♩~

「고향길...2016.0403

딱 이맘즈음 이곳이다.

벗꽃이 흐드러지게 피던날 저기 모퉁이를 돌아서 아버님은 오토바이를 덜덜거리며 나타나셨다.

내차를 발견하고는 속도를 줄이고 한손을 흔들며 함께오는 손자와 며느리를 보시고는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읍내에 후딱 다녀오겠다고 빨리 집에

가있으라면서 손흔들며 떠나셨다.


일요일 홀로계신 어머님과 점심 약속을 했다.

내심 '두아들녀석이 함께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지만 두아들 녀석은 명분이 뚜렸하다. 두녀석 모두 며칠전 제사때 집사람과 함께 할머니를 만났다고 또 작은녀석을 친구약속을 핑계삼아

가지 않겠다고 했다.

차라리 잘되었다는 생각도 해본다.

오붓하게 어머님과 단둘이 식사를 할수있는 기회라 생각했다.

출발하기전 조금 늦을듯해서 미리 전화를 드렸다.

"아이고 좀 늦게 묵어도  괜챦타아~ 내 마을회관에 가있으께 천처이 온나~~"

집을 나서니 봄비가 보슬보슬 내린다.

일요일이지만 비가 내린탓에 고속도로는 그렇게 막히지 않는다. 

동네 마을 어귀에 도착하니 길양쪽으로 줄지어 서있는 벗꽃나무에 눈송이처럼 함빡피었다.

몇년전 딱 그날처럼 바람불면 눈꽃마냥 꽃잎이 흣날릴것같은 착각이 들었다.

하지만 바람이 불지 않았다.

슬픈 비가 내렸다.

속도를 줄였다.

저 모퉁이를 돌아서면 돌아가신 아버님이 언제나처럼 오토바이를 몰고 손흔들며 나타나실것같은 착각에 빠졌다.

벌써 2년이 지났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아직 아버님을 보내드리지 못했는지 이곳에만 오면 유독 그때 그날이 떠오르곤한다.


마을회관에 들러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건내었다.

아니나 다를까~

 "야야~~느그엄마 맛난거 마이 사조라~~맛난거 마이묵고 온나~ 잘갔다 온나~~~"

어머님은 이미 마을회관에서 친구들에게 둘째아들이 맛난거 사준다고 온다는 이야기를 자랑삼아 이야기를 하신모양이다.

늘상 그렇다.

노인분들만 계신 마을회관은 동네 사랑방이자 누구누구 아들은 어떻고 누구누구 딸은 어떻고...

 소일꺼리 삼아 시시콜콜 정보를 나누고 또 함께 식사도 하고 또 동네 경조사가 있으면 안주꺼리 가져다 놓고 술잔도 기울이는 그런곳이다.


며칠전 어머님과 가장 친한 할머니 한분이 갑작스럽게 운명을 달리하셨다.

스무살 꽃다운 나이에 이곳으로 시집오셔서 60년이상을 함께 보내셨다.

무뚝뚝한 경상도 남편에 어렵기만한 층층시하 시부모님 모시고 농사일에 딸하나에 아들셋을 키웠다.

마치 우리 어머님과 마치 경쟁하듯 아들딸을 낳고 키웠다.

나랑 딸이 친구이고 그집형이랑 우리형이랑 동갑이며 그위에 형이랑 누이와 동갑이며 그위에 또 큰형님 한분이 계셨는데 우리집에도 큰형한분이

계셨다고 했다.

하지만 어릴적 아버지 품에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가끔 아버님이 하신 기억이 있다.

그렇게 우리 어머니랑 그 할머니는 형제 이상으로 친하셨고 또 두해전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또 몇해전 그 할머니의 남편이 돌아가신 후에 두분사이는 더욱더 가까워지셨다.

그렇기에 더욱더 슬픔이 크시리라 짐작하고 또 걱정이 많다..

「햇쑥...2016.4.3

읍내에 있는 고기집에서 어머니랑 제일좋은 한우를 시켜 모처럼 오붓하게 식사를 했다.

"내가 오키로 빠졌다~ 안그래도 느그 누부야가 이제 잘 유지하기만 하마 된다캐가 아침저녁 매일 운동도 하고 한다 아이가~~

비오는날은 방에서 주방까지 왔다 갔다 마이한다~~"

고기를 드시고 된장에 밥을 비벼 맛나게 드시면서 요즘 살빠졌다고 자랑질을 하신다. 먹는 식사량을 보아서는 살이 안빠질것 같은데 극성맞은 누이가 처방해준 다이어트 약때문인지 암튼 요즘 어머님의 허리가 예전보다 곧게 펴지셨다.

하지만 늘상 다리 아프다는 소리는 어린아이마냥 달고 다니신다.


얼마전 이런 어머님에게 운동을 핑계삼아 "쑥을 좀 뜯어놓으라~"고 이야기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이야기를 나누시던중 어머님이 신문지에 싸서 까아만 비닐봉다리에 넣어둔 쑥을 꺼내어준다.

" 너무 많타~ 반땅하자~~~ 난 한번만 끓여먹으면 되니까~~~"

쑥을 나누어 주시면서 어머님 하시는 말씀

"야야~~ 그냥 넣지말고 쑥을 이렇게 비벼서 넣어래이~~~그래야 부드러워 지는기라~~~"

어머님은 늘상 그랬다.

오십이 넘은 아들이지만 항상 물가에 내어놓은 어린아이 같다.

매일아침 문안전화를 드리지만 말미에는 "항상 운전조심하고 ~~~" 라는 말로 자식걱정을 하신다.

「고향길...2016.04.03

이길을 올라오시면서 며칠전 하늘나라로 소풍떠나신 할머니 이야기를 하셨다.

" 그 독한년이 그래 가뿌고~~ 내가 억울해서 몬살겠다~~~ 그렇게 가뿌고 내가 지한테 얼매나 잘했는데~~~"

어머님의 넋두리를 들이니 얼마나 상심이 크신지 짐작이 간다.

돌아가시기 전날밤도 함께 하셨고 그 할머니가 잠든후에야 집으로 돌아오셨고 또 다음날 아침 제일먼저 발견한것도 어머님이였다.

60년지기였다. 어찌보면 가족 이상으로 남편 서로 위로하며 정을 나누며 사셨다.

"그래 맞다 할마시 뭐가 그리 급했는지...엄마는 그카지 말고 놀러도 댕기고 운동도 하고 오래오래 살아야 된데이~~~"

그나저나 어머님이 주신 저쑥이 아직 냉장고 속에 있으니 내일은 도다리 한마리 사서 쑥국을 끓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