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성 을 떠나오면서 그들의 마음을 가져왔습니다.

2009. 7. 29. 23:00이판사판공사판

"이제 박씨아재보러 대구가야겠네~~"

늘 박씨 아저씨 공식적인 의성일정(?)은 모두 마쳤습니다.그동안 조금모자라는 3개월 정도  의성에 머물면서

공사중간 틈틈히 의성의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또 글도 쓰고...참으로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오늘 그간의 모든것을 정리하고 왠지 떠난다고 생각하니 이른아침부터 마음이 뭐라고 표현할수 없을 정도로

허(?)하다고 해야할까요! 사람들은 종종 '헤어지는 연습' 을 해두어야겠다는 생각을 오늘 또 해봅니다.

지금까지 공사판에 다니면서 돌이켜보니 항상 떠날때는 아쉽고 슬프고 그러했습니다. 지나면 잊혀지지만, 그날

떠나는 그날만은 항상 살짝 슬프고 가슴 아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침에는 사무실에 모든 '집기류' 를 정리해서 본사로 보냈습니다.그리고 조금 늦은 시간 그동안 정들었던 식당

('꿀꿀이 식당')을 찾았습니다. 점심시간을 훌쩍넘긴 탓인지 식당안에는 주인 아주머니 혼자서 심심하신듯

애궂은 티브이 리모콘을 벗삼고 계시네요.

매일 한두번은 얼굴을 마주했기에 그동안 정도 참 많이 들었습니다. "아지매~오늘 마지막 밥이데이~"

"인자 끝났능교~? 그라마 인자는 박소장님 보러 대구가야되네~"

늘도 다른날과 마찬가지로 제가 메뉴를 결정할 권한(?)이 없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집에 여름메뉴는 딱~2가지 붕어탕과 골부리국 입니다.붕어탕도 몸에 좋다고 하지만 뿌연 국물보다는 아무래도 건더기가 있는 골부리국이 더 맞는것같아 항상 골부리국을 먹습니다. 근3개월동안을 먹었는데...

왠간하면 질릴법도 할텐데 오늘도 불평(?)없이 굴부리국을 먹었습니다.

식사를 하고 있는데 식탁위에 시꺼먼 봉다리 하나를 내놓으시는 주인아주머니

"가지고 가서 생각나거든 사모님한테 골부리국 끓여 달라고 해서 잡수소"

"끓여 달라꼬 카느니 내가 해묶으마 되지~"

꺼먼 비닐봉다리를 헤쳐보니 미리 삶아서 손질해둔 다슬기국물과 알맹이를 냉동실에 얼려 두었던 모양입니다. 식당에서 주메뉴가 다슬기국을 취급하다보니 수시로 많은양의 다슬기를 채취하고 또 구매하기도 해서 삶고 알맹이를 까시고 일일이 소포장을 하여 냉동실에 두었다가 매일매일 사용하시는것을 알고 있지만 오늘 이순간만은 그 아주머니 저를 위해서 미리 준비를 해두었다고 믿고 싶습니다.

 (정) 은 마음입니다.그리고 사랑입니다.주는 마음도 고맙지만 받는마음도 고맙고 아름다워야 합니다. 꽁꽁 얼려진 초록색 다슬기 알맹이 하나하나에 그분의 情(정)이 느껴지기에 마지막 밥을 먹는순간 내내 가슴이 아렸습니다. "혹여 지나가시는 길이 있거등 꼭 들렀다 가이소예~"

 

 "소장님 우리들의 마음입니다."

  2시경에 모든 업무를 종결하고 인수인계와 보증서를 제출하고 그동안

많은 도움을 주셨던 '금성농협' 직원분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동안 박씨아재 공사판에서 크고 작은 현장을 다녀보았지만 발주처에서 이토록

협조를 해준현장은 아마도 처음이였습니다. 손전무님을 비롯한 모든 임직원분들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부족한 공사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공기내 공사를 완공할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도와주신 모든 '금성농협' 임직원 분들에게 다시한번 고맙다는 인사말을 이렇게 나마 전할수 있어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농협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는데 못내 아쉬운지 전무님과 몇몇직원분들이 따라나오십니다. 잠시후 전무님이 직접 들고오신 마음의 선물...

"박소장님 우리들의 마음의 선물입니다~~." 못내 헤어짐이 아쉽고~~~

그 무엇인가를 쥐어주고 싶은 그마음  '전무님 그마음 더이상 말씀 하시지 않으셔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3개월정도 전무님과 직원분들을 지켜 보았기에...

또 직원분들이 어떻게 고생을 하면서 저박스에 알알이 영근 마늘이 담겨 있는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의성에 오기전에는 의성마늘이 왜 유명한지 그이유를 몰랐습니다. 하지만 짧은 기간이지만 땀흘리는 농부의 마음을 보았습니다.그리고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농협 직원들을 보았습니다.한여름 뙤약볕에서 땀흘리는 순박한 농심(農心)과 농협 직원들의 열정과 노력이 배어있기에 아마도 의성마늘이 더욱더 유명한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사랑과 정을 담뿍 받고 돌아오는길 기나긴 장마끝에 하늘도 맑고 산도 푸르렀지만 박씨아재의 마음속에는 살짝 헤어짐의 슬픔이...

그리고 이별의 아픔이 녹아 흘러내립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