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새벽 기사식당을 가보니...

2008. 12. 5. 09:36이판사판공사판

새벽 5시 어김없이 울리는 알람소리에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켜 세우지만 옆자리에 누운 집사람은 꼼짝도 하질않구...

연신 춥다고 그러길래... 이마를 만져보고 몸을 만져보니 온통 땀 투성이다.감기 몸살인 모양이다.'오늘아침은 할수없이

내가 알아서 해결해야지'이불을 다독여 주고 나오면서 애들방에 들러서 이불한번 덮어주고...

작은넘 지혼자 이불 돌돌말아가기구 구석에 콕~~~큰넘은 무슨꿈을 꾸는지 그래도 웃고있다.(오늘 하루도 힘내야지~~~)

집을나서는데 하늘을 보니 진눈깨비가 살살 날린다.눈이라고 하기에는...하지만 첫눈이다.몇년만에 눈을 보는지 기억은 없지만

눈을 보면서 상상에 빠지고 즐거워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

고속도로를 지나면서 휴계소에 들러 아침을 해결할까 생각도 해보았는데 요즘 휴계소에 음식값이 정말 장난이 아니라서

두군대의의 휴계소를 그냥 지나쳤다.(사무실 가서 컵라면으로 해결하던지...아님 그냥 참던지...)

고속도로를 벗어나 국도를 이용해 경주를 지나오다보니 길가에 화물차들이 몇대 주차해있길래...

갑자기 뇌리를 스치는 기사식당의 밥맛이 생각났다.원래 화물차 기사분들이 보기보다 입맛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그도 그럴것이 여기저기 전국을 다니다 보니 자기들 끼리 통하는게 있어 맛있고 가격저렴한 식당을 두루꿰차고 있기때문에...

객지에 가서 식당 고르기 힘들때는 화물차 많이 주차해놓은 식당을 찾으면 백발백중 맛있는 집이다.

예전에 그렇게 먹어본 적이 있기 때문에 몇년이 지났지만 요즘도 그럴까 싶어 호기심에 들러 보았다.

 하늘에는 잔뜩 먹구름이 끼어있고 주차장 한곳에 건축자재를 싣은 화물차 두대가 주차해있다.

 옆에도 역시 자재를 싣은 3대의 화물차가 주차해있다.모두들 이른 새벽 그것(?)을 기다리는 현장으로 가기 위해서...

 식당안에 들러 주변을 살펴보니 여섯분인가 일곱분인가 식사를 하고 계신다.식당중앙에 연탄난로가 있고...

메뉴를 보니 가격표에 5천원과 6천원으로 10여가지 정도가 있다.된장찌개,김치찌개,낙지덮밥등등등...모두가 5천원,6천원

참으로 고마운 가격이다.신문을 펼쳐들고 메뉴를 고르고 있는데 주인 아저씨 인사를 하면서 김이나는 뽀오얀  쌀뜨물 한그릇을

내어놓는다.정말 오래간만에 보는 쌀뜨물이다.어릴적 시골에서 가마솥에 밥할때 쌀씻은물 다시끓여서 식사후 먹는 그맛...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어찌 그맛을 알겠는가.요즘 어디 식당에 가서 이맛을 볼수 있을지...아마도 기사식당이 아니면 힘들듯...

 김치찌개를 주문하고 조금 기다리니 기본반찬과 함께 김치찌개가 나온다.기본 9가지...(달걀후라이가 인상적이다)

반찬숫자가 중요한게 아니고 기본적으로 깔끔하고 정성이 돋보인다.휴계소나 식당 어디에서도 이렇게 주진 않는다.

 그리고 주메뉴인 김치찌개 1인분...삼겹살도 보이고 두부도 보이고...혼자 먹기에는 양이 조금많다.

 그리고 주식인 공기밥...그양에 깜짝 놀랐다.군데군데 조가 섞여서 먹음직스럽게 보이는데 나혼자 먹기는 너무 많다.

기사분들은 많이 드셔야 하겠지!그래야 힘도 쓰고 장거리 운행해도 덜 배고플테니까...

밥을 먹으면서 옆에서 식당 아저씨와 기사분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도 듣고 분위기도 살폈다.서로 자주보아 잘아는듯한

사이라 그런지 막힘이 없다.그런데 대부분의 이야기가 일감이 없고...공장이 부도나고...슬픈 이야기뿐이다...비록 이분들은

오늘은 일이 있어 이른새벽 길을 떠나지만 언제 일이 끊길지 자신들도 불안한 모양이다.

밥알이 입안에서 맴돌고...돼지고기 쪼가리가 이빨사이에서 발버둥을 친다.이노무 X같은 세상~~~어제 저녁부터 어느넘의 새끼

영창인지 어딘지 들어갔다고 30억이 어쩌구 저쩌구 지랄하더니만...세상꼬라지 왜리리도 X같아 졌는지 누굴 원망해야할지~~~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지만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담배 한개피를 물고 식당안 풍경을 보니...

기사분들의 표정이 모두 어두운것만 같아 괜시리 이른아침부터 씁쓸하다.그래도 출근은 해야지...

정작 기사식당의 밥맛을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분위기 자체가 영 아니다.경제가 어렵고 나라 꼬라지가 이러니...

하지만 어쩌겠습니까.우리라도 열씸히 해서 찌그러져가는 나라도 살리고 경제도 살리고...기사님들 오늘도 밥많이드시구

힘내시구 화이팅 하자구요.여러분들이 없으면 나라가 안돌아갑니다.그리고 식당 사장님~~기사분들 밥많이 드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