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가 할아버지에게 드린 마지막 노자돈은 얼마?

2014. 2. 18. 06:00박씨아저씨 알리미

※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신 모든분들께 감사드리며...

 

「아버님 빈소.」

난 11일 화요일 아침 갑작스럽게 어머니로부터 아버님의 타계소식을 전해듣고 왜  아비의 죽음을 천붕(天崩)이라고 하는지 새삼 알것 같았습니다.

너무나 황망하고 겨를이 없어 사무실에 들러 잠시 앉아 정신을 추스리고 아주 짧게 카카오스토리와 블로그에  아버님의 부음소식을 간단하게 올리고

바로 고향으로 향했습니다.

자식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겪어야 하는 일이라지만 너무 갑작스런 아버님의 죽음앞에 가족들은 모두 망연자실해 있었지만  박씨아저씨가 도착할무렵 그동안 크고 작은  대소사를 많이 치러본 종가집답게  가족들은 일사불란하게 고향분들이 찾아오시기 편하도록 고향 가까운곳의 장례식장으로 빈소를 마련하고 손님맞을 준비와 장례절차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습니다.

장례식은 3일장으로 치르고 장지는 평소 아버님이 원했던 선산의 양지바른곳에 안장하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틀동안 곡하고 절하고 문상온 손님들 받다보니 어느듯 발인날 아침...

「봉분다지기...」

차마 보내드리기 싫었고 돌아가신것이 믿기지 않았지만 받아들여야하는 현실앞에서 그냥 눈물만...

발인 하루전 평소 아버님이 보아두셨던 선산 양지바른곳에 미리 묘자리를 손보고 터를 다듬어 두었기에 장례식날 장지에 도착해보니 이미 모든

준비가 끝나 있었습니다.

산소옆에 마련해놓은 빈소에서 제를 올리고 하관 시간에 맞추어 하관하고 봉분을 만들기전 마지막 인사를 하라고 합니다.

" 마지막 가시는길 주머니에 돈있는거 다 내 놓고 절하이소~~~"

석축을 쌓고 무덤을 만드는 일을 도와주러 오신 나이드신 한분의 말씀에 가족들은 미리 준비해 두었던 봉투를 꺼내는데 지금까지 할아버지 영정을 들고  오면서 흐느끼기만 하고 시키는 데로 절만 하던 박씨아저씨의 큰아들녀석이 주머니에서 무엇을 꺼내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전날 친척분에게 받았서 꼬깃꼬깃 접어 주머니에 넣어둔 3~4만원 남짓한  돈을 꺼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혹시나 싶어서  "00아~ 만원짜리 한장만 하면되~"

하지만 아빠의 말을 들은척도 하지않고 아무말없이 관앞으로 다가가서 꼬깃한돈을 다시한번 반듯하게 펼쳐놓고 되돌아와서 절을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본 가족들과 무덤일을 하시는분들 모두 눈시울을 적셨고 박씨아저씨 역시 또 한번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정말 3일동안 장손이라는 이유로 아픈몸에 링거까지 맞으면서도 단한마디 불평없이 참아주고 또 마지막까지 가족들에게 아빠에게 감동을 선물해준

아들녀석이 너무나 대견해서 꼭 안아주었습니다.

물론 아들녀석은 장례식이 모두 끝난뒤 그 모습을 지켜보았던 형님 동생 누나 등 가족들로부터 몇배의 용돈으로 보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아마도 박씨아저씨의 집안에서는 손주가 할아버지에게 준 노자돈 3만원은 평생 기억에 남을듯 합니다.

「삼우제를 마치고...

돌아가시고 5일만에 제를 올린다고 삼오제 인줄 알았는데 음식을 준비하면서 검색을 해보니 삼우제 (三虞祭) 에서 유래된 말이란 사실을

알았습니다.

장례식이 끝나고 이틀뒤 정성스럽게 음식을 장만해서 가족들과 함께 다시 아버님 묘소를 찾았습니다.

그동안 묘소주변 정리와 석축을 마무리하고 상석까지 올려놓고 잔디까지 식재를 마쳐서 사뭇 다른곳처럼 느껴졌지만 아침햇살 가득히 비추는

아버님의 산소를 바라보니 가족들 모두 모처럼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모든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길 다시 돌아가서 아버님에게 '잘 계시라~' 는 인사를 남기고 한장의 사진을 담았습니다.

사진을 담고 습관적으로 액정을 확인해보니 화면 가득 오색 선명한 서광이 아버님 묘지위로 비추는 사진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비록 아버님은 떠나셨지만 왠지 모르게 앞으로 좋은일들이 일어날것 같고 또 아버님또한 편안한 곳으로 잘가셨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님 부디 좋은곳에서 영면하시고 남은 가족들 모두 화목하게 잘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