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두렁콩에서 배우는 조상들의 지혜를 돌아보자...

2009. 9. 1. 22:52이판사판공사판

'논두렁콩' 을 아시나요?

 

일 아침 저녁으로 대구에서 상주로 출퇴근을 하다보니 제법 몸이 피곤하기도 하지만 번잡한 도심을

벗어나면 차장밖으로 보이는 정겨운 들녁의 풍경이 눈을 즐겁게 합니다.

구불구불한 '다랑이논' '논두렁'도 정겹고 가을을 향해 익어가는 탐스런 과일들의 모습도 좋습니다

어릴적 부모님을 도와 농사철에는 제법 농사일을 했던터라 시골농부의 삶이 얼마나 피곤하고

힘겨운지 잘알고 있습니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그랬고, 대를 이어 아버지 어머니가 아직 고향을

지키고 계십니다.힘든 농사일에 비해 소득이라곤 보잘것 없습니다.

종종 고향을 갈때면 농사일을 거들다가도 한번씩 심통이 납니다.솔직히 일년 허리가 휘도록 뙤약볕아래서

땀흘린 댓가치고는 그 금액이 너무나도 보잘것이 없기에 이제 농사일을 그만두라고 말하고는 합니다.

" 야야~그런소리 하지마래이~농사꾼이 땅을 묵히마 죄받는데이~ "

어릴적 할머니가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이제 할머니가 되신 우리 어머니가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일전부터 '논두렁콩' 을 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몇번을 헤메었지만 번번히 마음에 드는 장면을 담을수가 없었습니다.

논두렁콩을 심어놓은 몇곳을 보았으나 늦은시간이라 빛이 마음에 들지 않고 해서 그냥 담아왔습니다.

어릴적 모내기가 끝난 '다랑이논''논두렁' 이 굳기전에 반드시 하는일이 있습니다. 할머니는 머리에 항상 하얀 수건을 둘르셨습니다.

"중구야~니캉 내캉 논두렁콩 심으러 가재이~" 할머니가 말씀을 하시면 솔직히 따라가기 싫지만 혹시 쌈짓돈으로 눈깔사탕 하나라도 얻어먹을수 있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호미하나 달랑들고 할머니 뒤를 쫄랑쫄랑 따라서 논으로 향합니다.

할머니는 누우런 자루에 한되남짓한 콩을 머리에 이고 손에는 박바가지를 들고 갑니다. 제기억에 박바가지는 금이가서 힌헝겁을 덧대고 꿰맨자국이 아직까지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 논에 도착하면 제일먼저 고무신을 벗고 바가지에 콩을 전반 정도 담아서 저에게 주십니다. 할머니가 논두렁에 앞장서서 호미로 아직 꼽꼽한 논두렁을 한자(30cm) 간격으로 푹찍어 살짝 당겨 콩을 넣을 자리를 만들면 저는 할머니 뒤를 따라가면서 그 호미자국에다가 정확하게 콩을  넣어줍니다. 콩의 갯수는 3~4개정도를 넣었습니다. 너무 많이 넣어도 안되고 또 너무 적게 넣어도 새들이 먹어버리면 수확을 할수없기에 3~4개정도를 넣었습니다. 유독 다랭이 논이 많았던 그시절 다랭이논의 논두렁마다 논두렁콩을 심었습니다. 그렇게 심어놓은 '논두렁콩' 은 벼를 수확하기전에 수확을 합니다.

보통의 콩들이 대부분 밭에서 재배되지만 유독 '논두렁콩' 은 기름진 토양의 논에서 자라기 때문에 추수가 끝난후 '논두렁콩' 은 별도로 거두어 탈곡을 했으며 밭에서 키운 콩과는 그 값어치가 달랐습니다. '논두렁콩'으로 만든 두부의 맛과 그때 논두렁에서 느꼈던 꼽꼽했던 맨발의 촉감이 아직 뇌리에 생생합니다.

 

주에서 '논두렁콩' 을 보았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부족함을 모르고 자라고 있습니다. 아니 많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상대적 빈곤입니다.

남이 가진것을 내가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부족하다고 합니다. 풍요속에 빈곤...많지만 우리들은 나눌것이 없습니다.

어쩌면 우리들이 세상이 그렇게 만든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논두렁 콩' 을 보면서 한뼘의 땅이라도 허투로 낭비하지 않았던 우리조상들의 지혜를

되돌아보면서 풍요하지만 항상 모자라고,부족하면서도 아낄줄 모르는 우리의 모습이 살짝 부끄러워지는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