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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9. 1. 09:16잡탕구리

'소탈했던 슈퍼스타' 불멸의 사이 영
[작성자:김용철 특파원 (마이데일리) / 2005-08-31 11:30]


최근 크리스 카펜터(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승리를 추가할 때마다, 로저 클레멘스(휴스턴 애스트로스)가 방어율을 더욱 낮출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바로 사이 영이라는 인물이다.

메이저리그 팬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이 이름은 매년 가장 뛰어난 성적을 올린 투수에게 시상하는 사이영상으로 그가 활약한지 거의 100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언제나 기억되고 있다.

영은 그의 이름을 기념한 상을 제정할 만큼 훌륭한 투수였음에 틀림없다. 1890년부터 1911년까지 총 23시즌동안 511승316패(승률 .618) 17세이브, 방어율 2.63, WHIP 1.13을 기록했다.

선발 815경기 중 749경기서 완투하는 철완을 과시했고(완투율 .919) 7356이닝을 투구, 연평균 320이닝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가지고 있다. 400이닝 이상 투구한 시즌이 5회, 300이닝 이상은 11회에 달한다. 통산 승리와 투구 이닝, 완투경기 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511승은 '25년간 20승'을 올리고도 11승을 더해야 하는 현대 야구에서는 절대로 뛰어 넘을 수 없는 기록이다.

영이 이와 같이 많은 이닝을 투구하며 최다승을 기록한 비결은 무엇일까. 비록 초창기 메이저리그에서는 투수 혹사가 일반적인 일이었고, 일명 '데드볼 시대'이기도 했지만, 역대 최다 투구이닝 2위보다도 무려 1300이닝 이상을 더 던진 것은 영을 진정한 철완으로 부르기에 충분하다.

그가 세운 돋보이는 기록의 이유는 철저한 자기 관리와 타고난 유연성 때문에 40대 중반까지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던 점에도 기인하지만, 가장 큰 요인은 바로 '투구수의 최소화'에 있다.

영은 투구 이닝은 많았지만 실제 투구수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정확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지만, 보통 1이닝을 소화하는데 10개 내외의 공을 던질 만큼 경제적이었다고 전해진다. 총 7356이닝을 투구하며 2803개의 삼진을 잡아내 이닝당 0.37개의 삼진만을 기록할 정도로 철저하게 맞춰잡는 스타일에다가, 볼넷도 9이닝당 1.49개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영은 22시즌중 14시즌에서 최소볼넷을 기록한 반면, 삼진수는 단 한번도 리그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이는 현대 야구에서의 그레그 매덕스(리그 최소볼넷 6회)와 비슷한 스타일이었다고 유추할 수 있다.

영은 불같은 강속구도 갖추고 있었다. '사이'라는 이름이 '사이클론'에서 유래됐을 정도로 그는 강속구를 지닌 정통파 투수였다(본명은 덴튼 트루 영).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맞춰잡는 패턴으로 투구수를 감소시켰고, 이는 대기록을 세우는 원동력이 됐다.

최고의 타자에게 '베이브루스상'은 시상하지 않지만 사이영상을 투수들에게 시상하게 된 것은 비단 그의 뛰어난 기록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남긴 탁월한 기록은 물론, 그가 보여준 인간적인 면모가 가미되어 사이영상이 탄생했다.

영의 삶은 한마디로 소탈했다. 1867년 오하이오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1955년 88세의 나이로 숨을 거둘때까지 그는 슈퍼스타가 아닌 평범한 농부로써 살다가 갔다. 매년 시즌이 끝나면 고향 농장에서 손수 밭을 갈고 농작물을 재배했으며, 젖소에서 우유를 짜다 직접 시장에 내다 팔았다.

다른 지방에 갈 때는 기차 일반석에 앉아 승객들과 격의 없이 어울렸고, 집 근처에 기차역이 생기자 간이 레스토랑을 열어 직접 재배한 농작물로 음식을 만들어 팔았다.

부와 명예를 거머쥔 슈퍼스타가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도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영은 평생 그의 방식대로 살다가 흔들의자에서 평온한 임종을 맞았고, 이러한 그의 소박한 삶이 팬들에게 아름답게 받아들여지면서 그가 사망한 이듬해부터 그의 이름을 기리는 사이영상이 시상되어 오고 있다.

올시즌 사이영상 수상자가 어떤 선수가 되건, 사망한지 50년이 넘게 지난 소탈했던 사이 영의 이름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팬들의 기억속에 남을 것이다.


작성자 : 김용철 특파원 (마이데일리)
출처 :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mlb&menu=news&mode=view&office_id=117&article_id=0000021364&mode=view&office_id=117&article_id=0000021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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