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한마리 때문에 추운겨울 떨어야했던 사연은?

2011. 12. 15. 22:19박씨아저씨의 새이야기

 

※ 정말 내가 잡은 꿩이였는데...

목요일 저녁에...^^

금연 171일째...

퇴근후 저녁운동 스크린 한게임...

"소장님 오늘은 뭐 드실건데요? "

점심시간이 다되어간다.  설비 소장님께서 사무실로 찾아와서 오늘 메뉴를 물었습니다.

하지만 이틀전에는 아구탕을 먹었었고 어제는 감자탕을 먹었습니다.

오늘은 어떤 메뉴를 먹을지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질문을

받았기에 섣불리 결정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설비 소장님에게

메뉴결정권을 설비 소장님에게 넘겨버렸습니다.

"그럼 오늘 날씨도 추운데  어제 거(거기) 좋던데 거 가지요~"

일단 오늘 점심메뉴는 어제와  같은 감자탕으로 결정되어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문득 소장님에게 인근에 있는 토끼탕 집을 소개해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소장님 토끼탕 좋아하세요?" 

" 토끼탕 말고 꿩탕 잘하는곳 모르십니꺼~?"

" 옛날에 이맘때즘 꿩 그거 잡아다가 무시(무우) 어슷어슷

삐져넣고 고추가루 팍풀고 해놓으면 얼마나 칼칼하니 시원한지~"

 

토끼탕을 이야기 했는데 꿩탕을 이야기 하시는 소장님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군침도 넘어가고 또 유년시절  꿩때문에 생긴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생각이 떠오른 김에 설비 소장님에게 들려주었던 꿩이야기를 블로그 이웃들에게도 들려드립니다.

 

눈을 지긋이 감고...( 참 꿩사진은 글내용과 비슷해서 다음검색에서 퍼왔슴니다.)

아마도 35년도 지난듯합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초등학교 1~2학년 정도 되었던것 같습니다.

그해 겨울 유난히 추웠지만 겨우 초등학교 1,2학년 정도 밖에 되지않았던 박씨와 박씨 친구에게는 집주변의 들판이 그리고 야산이 온통

놀이터였습니다.

그날도 지개작대기 하나 울러메고 친구랑 꿩을 잡겠노라고 큰소리 치면서 산을 오르고 있는데 인근 논두렁에 큰 장끼 한마리가 졸음이 오는지

머리를 떨구고 졸고있는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순간 친구에게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는 시늉을 하면서  꿩이 있는곳으로 손가락을 가르켰습니다.

그다음 풀쩍 뛰면서 꿩을 향해 지게 작대기를 힘껏 내리쳤는데...

"푸드득~"

갑자기 졸고있는 꿩의 몸통에 지게작대기 세례를 받고난 꿩이 놀라서 하늘로 풀쩍 뛰어오르듯 날아오르더니 다시10미터를 가서 땅위로 풀썩

내려앉았습니다.

처음에는 꿩의 기세에 눌려 뒤로 물러났다가 다시 다가가서 냅다 꿩의 머리를 향해 지게작대기를 내려쳤더니...

너무나 여린마음에 정통으로 꿩의 머리를 맞추지 못하고 이번에도 또 등짝에 맞혔습니다.

그 충격에 놀란꿩은 다시 하늘로 풀쩍 뛰어올랐다가 땅으로 떨어지고....

그렇게 그 꿩은 어린 박씨에게 몇번을 지게작대기 뜸질을 당하고 초죽음이 되어 생포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 멀리서 논두렁 아래서 숨어서 그모습을 지켜보던 한사람이 있었으니...

그사실도 모르는채 큰 장끼를 잡았다~고 의기양양해서 어린 박씨와 친구는 바로 집으로 달려오는데...

멀리서 숨어서 지켜보던 이웃집 형이 어린박씨 일행을 가로막고 꿩을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 야 그꿩 내놔~ 그거 내가 밀에 농약타서 뿌려놓은거  니가 잡았다~ "

순간 다잡은 꿩을 빼앗기겠다는 생각에 큰소리로 ...

"형아 이거 내가 분명히 지게 작대기로 때려잡은건데~~ 야도 다 봤는데~~~"

하지만 그형은 덩치도 크고 나이도 두살이나 많았기에  꿩을 빼앗길것 같아서 결국 큰소리로 울면서 고함을 질렀습니다.

바로 우리집앞이였기 때문에그소리를 들은 엄마 아버지가 나오시고 꿩은 다시 내손으로....

 

런데 잠시후...

꿩을 그냥 빼앗기고 돌아갔던 그형이 그아버지의 손을 잡고 다시

우리집으로 찾아오시고...

결국 꿩한마리 때문에 아이들 싸움이 어른들 싸움으로 번지기 일보직전...

마지막으로 꿩배를 갈라서 그형이 말한 농약에 버무린 밀이 꿩의

모래주머니 속에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잠시후 배를 가른 꿩의뱃속에는 정말 소화되지도 않은 밀들이

가득 들어있고...

이것을 확인한 어른박씨 아저씨 어린 박씨때문에 자존심이 많이

상하셨는지~ " 야 가져가라~" 하시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버리셨습니다.

 

잠시후 그형의 아버지가 꿩반마리를 가지고 오셔서 " 아이들끼리 그런것 공평하게 반으로 나누자~" 고 제의를 하시면서 절반을 가져오셨지만

고집센 어른박씨 결국 꿩을 돌려보내고....

그날밤 어린박씨 진짜로 잡은 꿩을 빼앗겼다는 분함과 서러움에 눈물을 흘리며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그리고 그렇게 또 몇일이 흐른후...

어린 박씨는 방패연을 만들기 위해 대나무를 자르러 집에서 제법 떨어진 산아래 있는 밭으로 향했습니다.

그날따라 날씨도 추워 두터운 털잠바를 입고도 몸을 잔뜩 웅크리고 시린손을 주머니에쑤셔넣고 겨드랑이에 낫자루를 끼우고 빨리가서 대나무를

잘라 와야겠다는 생각으로 밭을 향해 가고있을무렵...

갑자기 뒷쪽 도랑숲에서 "푸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그소리에 너무나 놀라서 엉덩방아를 찢고나서  하늘을 쳐다보니 사랑을 하다 인기척에 놀란 장끼 한마리와 까투리 한마리가 산쪽으로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순간 꿩때문에 놀랐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화가나서 " 에잇~ 죽어버렷~" 이라고 소리치면서 겨드랑이에 끼고있던 낫을 날아가는 꿩을 향해

던졌습니다.

 

그런데 잠시후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어린박씨의 손을 벗어난 낫은 정확하게 날아가는 장끼의 목덜미에 꽂혀버리고  그 충격에 꿩을 논바닥으로 곤두박질 쳤습니다.

정말 어린박씨는 직접 자신이 꿩을 향해 낮자루를 던지고도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이 너무나 신기해서 잠시 넋을 놓고 있었지만

혹시 다잡은 '꿩이 또 날아갈지도 모른다' 는 생각에 재빨리 꿩에게로 달려가서 마지막 일격을 가해 퍼덕거리던 꿩을 제압했습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고 재빨리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서 숨이 끊어진 꿩을 돌돌돌 말아싸서 누가 보더라도 외투속에 꿩이 있는것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치를 하고는 재빨리 대나무 몇개를 잘라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혹여 주변에서 형친구들이 보고 또 '꿩을 빼앗아 갈지도 모른다~' 는 생각에 아주 추웠지만 춥지 않은것처럼 행동하면서 집에까지 허겁지겁

달려와서 빈 가마솥안에다 꿩을 넣어두고 이 사실을 엄마에게  알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날이 얼마전 꿩 때문에 싸웠던 그형집에 잔치가 있는날이라서 어린박씨의 어머님이 그집에서 일손을 거들어 주시고 계셨습니다.

사실 어릴적부터 엄격한 가정교육을 받았기에 동네 잔치집앞에 얼쩡거리거나 구걸을 하거나 남에게 나쁜짓을 하면 엄격하게 혼을 내었기 때문에

함부로 잔치집에 찾아가는것도 힘들었지만 이날은 하필 그형(?)집이라  더욱더 발걸음이 무거웠습니다.

하지만 '꿩잡은 이야기를 어머니에게 하고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대문앞에 가서 이웃 아주머니에게 어머니를 불러달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린박씨를 본 이웃 아주머니는  " 야야~ 조 가서 잡채도 좀 묵고 ~~" 이러시면서 먹꺼리를 챙겨주시려고 어린박씨의 손을 끄집었지만

뿌리치고 재빨리 어머니에게 달려가서  빨리 나오라는 시늉을 했더니...

과방을 담당하고 계셨던터라 쉽사리 나오질 못하시고 자꾸만 집에 가있으라는 손짓을 하시길래...

재빨리 다가가서 남들이 들을까봐 귓속말로 " 엄마야~ 빨리 집에가자~ 내 꿩잡아왔는데~ 빨리가자~"

 

그제서야 윗옷도 입지않고 평소 잔치집에는  얼씬도 하지않던 어린박씨가 잔치집까지 찾아와서 손을 잡아끄니 이상하게 생각하신

어머니 뭔일이 있다는 것을 직감하시고 옆에계시던 분에게 일을 부탁하시고  어린박씨를 따라나서면서...

" 야야 추븐데 옷은 우짜고~?"

어린박씨 혹여 그형이 들을까봐서 " 빨리 집에가자~ 집에 있다 가보면 안다~~"

결국 집에 돌아와서 의기양양하게 가마솥을 열어보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영문을 모르는 어머니 어린박씨가 시키는대로 가마솥을 열어보시고 피범벅이 된 윗도리를 싸여서 놓여진 꿩을 보고 놀라시면서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모든것을 이해하셨는지 웃으면서...

"야야 이거 니가 잡은거 맞다~ 아무도 안뺏아간다~ 추운데 빨리 들어가서 옷입어라~"

 

그날저녁 박씨아저씨는 어머니가 잔치집에서 가져온 돼지고기 몇점보다 잡채보다 훨씬 맛있는 꿩탕을 먹었습니다.

무우 어슷어슷 삐쳐넣고 대파 슝슝 썰어넣고 그리고 빨간 고추가루 한수저를 넣어서 국간장 넣어서 빨갛고도 칼칼하면서도 시원했던 그 꿩탕의 맛...

가끔 겨울이면 잊혀졌던 그맛이 떠오르는건 향수가 그리운 걸까요? 아니면 어머님 품이 그리운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