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한알이 전해준 행복...

2012. 11. 16. 09:03이판사판공사판

 

반장님 사랑합니다.

칠전부터 계속 발주처와일이 틀어져 몇일동안 현장공사가

중단되어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본사에서는 내막을 알면서도 자존심굽히고 일을 하라고 성화입니다.

참으로 월급쟁이의 비애입니다.

 

전날 자존심 다 굽히고 발주처 사장님을 찾아가 머리를

숙였습니다.

'지는것이 이기는 것' 이라고 마음 크게 먹고 한시간

넘게 일장 훈시를 들어야 했습니다.

마음속으로 욕지꺼리가 목구멍을 타고 입술밖으로

튀어나오려는것을 애써 참으면서 거짓 미소로서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참았습니다.

 

 

한시간 동안 설교(?)를 듣고 고개숙인 댓가로 다시 공사를 시작하기로 약속하고 사무실에 돌아와 의자에 앉으니 온갖상념들이 머리속을 스쳐갑니다.

그동안 자부심을 가지고 해왔던 공사판의 일들 그리고 '스스로에게 양심만은 속이지 말자~' 다짐해오면서 일해왔던것이 참으로 미련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후회스럽기도 합니다.

 

오후 반장님의 말투와 억양이 이상합니다.

" 반장님 약주 하셨네요~"

" 소장님요~ 죄송합니더~ 너무 화가 나서 먹었습니더~ 내야 가뿌마 되지만 저사람들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합니더~"

아마도 반장님도 옆에서 보시기에 너무나 화도 나고 한소리를 하려고 막걸리 몇잔을 드신모양입니다.

한편으로 박씨아저씨의 마음을 이해해주어 고맙기도 하지만 또다른 한편으로 약주를 드시고 사고라고 나거나 또 발주처에 기분대로 화풀이를 한다면

사태는 걷잡을수 없이 커질수 있기에 오히려 반장님을 살짝 나무랐습니다.

"반장님요~ 반장님 사고치고 가시면 반장님은 시원할지 모르지만 그것이 저를 도와주는것이 아니고 또 일꺼리 만드는겁니다~ 참으세요~ 저도 잘참고 있쟎아요~"

 

이제 마라톤도 정말 몇일 남지 않았습니다.

마음은 편치 않지만 이른아침 어제의 기분나쁜 일들을 잊어버리고 형산강변을 달렸습니다.

그렇게 한시간 50분동안 10km 를 달리고 현장에 도착해보니 어제일은 모두 잊은듯 반장님이 또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잠시 현장에서 이런저런 작업이야기를 하고 사무실에 들어와보니 책상위에 빨간사과 한알이 두눈에 들어옵니다.

순간적으로 머리속을 스쳐지나가는 생각에 갑자기 가슴이 찡해집니다.

더욱이 반작반짝 윤이 나도록 닦아놓은 그마음이 고마워서 눈물이 날지경입니다.

아마도 반장님이 어제 약주를 잡수시고 실수한것이 많이 미안했는지 이른아침 농장에 들렀다가 이웃 과수원에서 크고 굵은 놈으로 한놈 가져와서 반짝반짝 윤이나도록 문질러서 책상위에 올려다 놓았습니다. 그마음이 너무나 따뜻하고 고맙습니다.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으로 사진 한장 담았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고마워서 사과를 쥐고 잠시 있다 힘을 주어 두조각으로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현장으로 달려나가 반장님을 불러서 사과반쪽을 건내주면서~

" 반장님 어제 많이 미안했나 봅니다~ 사과 맛있는데요~"

 

반장님 겸연쩍은듯 웃으시면서...

" 소장님요 그거 오늘 아침에 바로 딴거라예~ 억수로 맛있심데이~"

반장님 그마음 너무나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 이글은 '좋은생각 12월호' 에 원고청탁을 받고 박씨아저씨가 보내준 글이며 이번 12월호 좋은생각에 실려진 글이며

원고료를 받았기에 저작권은 출판사에 있습니다.